김은숙 작가가 마법이라도 부리는 걸까. 그가 쓴 작품들 속 남자 주인공은 방영 당시는 물론, 종영된 지 한참이 지난 후에도 회자될 정도로 신드롬과 같은 인기를 누렸다. 그야말로 ‘마법’ 같은 김은숙 효과를 누린 대표적인 5인에는 누가 있을까.
▲ ‘파리의 연인’ 한기주(2004)
“애기야 가자”라는 명대사 중의 명대사를 남긴 캐릭터다. 박신양은 전작인 ‘사랑한다면’과 ‘내 마음을 뺏어봐’에서 각각 하이틴 스타 심은하, 김남주와 호흡을 맞추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정작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것은 ‘파리의 연인’을 통해서였다.
박신양이 ‘파리의 연인’ 속에서 연기한 한기주는 태어날 때부터 소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 2세로, 인정머리 없고 까칠하기 그지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가진 것이라고는 씩씩함밖에 없는 강태영(김정은 분)과 사랑에 빠진 이후부터 그 역시 사랑에 빠진 남자일 뿐이었다. 또한 여주인공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어디선가 멋지게 나타나 구해주는 모습은 ‘백마 탄 왕자님’의 시초 격.
▲ ‘연인’ 하강재(2006)
‘다모’와 ‘불새’의 연이은 흥행에 이어, 이서진을 톱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이서진이 연기한 하강재 캐릭터는 최근 ‘꽃보다 할배’에서 보여줬던 인간적인 매력과는 다르게, 고아 출신의 조직폭력배 두목으로 거칠고 남성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특히 ‘연인’은 영화 ‘약속’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이서진인 원작에서 박신양이 연기한 하강재를 또 다른 매력으로 소화해내며 여심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김은숙 작가의 ‘연인’ 시리즈의 남자 주인공 중 가장 음지의 직업을 맡았음에도, 가장 인간미가 느껴진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 ‘시크릿 가든’ 김주원(2010)
‘파리의 연인’ 한기주와 맞먹는 재력을 자랑하는 인물이 아닐까.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서 이미 여러 차례 등장했던 재벌남인 것은 변함이 없지만, 영혼이 여자의 몸에 들어간다는 설정은 김주원이 처음이다. 그만큼 남자주인공으로서의 다채로운 매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무려 백화점의 사장인 김주원은 오만하면서도 한눈에 반한 여자에게는 “저한테는 이 사람이 김태희고 전도연입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절절한 고백도 서슴지 않는 ‘사랑꾼’. 한 마디로 여자라면 누구나 반할 수밖에 없는 판타지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 ‘상속자들’ 이민호(2013)
그간 김은숙 작가의 작품들이 주로 어른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상속자’들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물론 평범한 학교는 아니다. 명문 사립 귀족고인 제국고를 벌어지는 하이틴 로맨스로, 그 주축에는 김탄 역의 이민호가 있다.
김탄은 누구나 부러워할 만큼의 재력과 권력을 가졌지만, 사생아라는 남모를 아픔을 간직한 인물로, 시청자들로 하여금 동경심과 모성애라는 감정을 동시에 느끼도록 했다. 특히 자신의 집에 얹혀사는 가정부 딸과의 신분 차이를 극복한 김탄의 사랑은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제대로 자극하기도 했다.
▲ ‘태양의 후예’ 송중기(2016)
재벌남도 상속자도 아니지만, 인기만큼은 ‘역대급’이다. 송중기가 제대한지 6개월도 되지 않아 택할 만큼 매력적이었던 유시진의 매력은 시청자들에게도 통했다. 세상 멋짐을 다 모았다는 말도 무리가 아닐 만큼 작정하고 매력을 발산하는 송중기의 모습에 당해날 자 없었다.
유시진은 특전사 대위로, 아이와 노인과 미인은 보호해야한다는 남다른 믿음을 가진 모태 군인이다. 투철한 애국심만큼이나 딱딱 떨어지는 그의 ‘다나까’ 말투는 순식간에 유행으로 번졌고, 첫눈에 반한 상대인 강모연(송혜교 분)을 향한 담백하면서도 거침없는 고백은 전국을 ‘송중기 앓이’로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태양의 후예’는 전역 후 첫 작품으로 택한 송중기가 옳았음을, 그리고 남자주인공을 무조건 뜨게 만든다는 김은숙의 힘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이쯤 되면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스타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않을 수 없다. / jsy9011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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