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작가가 쓰는 것이 곧 유행이다.
그를 생각하면 작품이 아니라 대사가 먼저 떠오를 정도다. 그만큼 묘한 중독성을 가진 김은숙표 대사들은 종영된 지 한참이 지난 후에도 대중들의 머릿속에 각인될 정도다. 다소 오그라든다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그의 대사는 단순히 멜로적인 느낌을 주기 위함일 뿐 아니라 그가 말하고자 하는 신념과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장치다.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듯한 김은숙표 명대사들. 차마 하나만 고르기 어려울 정도로 넘쳐나는 대사들 중에서도 그의 향기가 짙게 묻어나는 대사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꼽아봤다.
▼ “애기야 가자”, “이 안에 너 있다” : 파리의 연인(2004)
김은숙표 유행어의 첫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두 대사. 각각 박신양과 이동건이 소화해낸 이 대사들은 당시 다양한 패러디와 개그 소재로 쓰였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엄청난 여풍을 자랑했다.
먼저 “애기야 가자”는 곤경에 처한 여주인공 강태영(김정은 분)을 끌고 나가던 한기주(박신양 분)가 외친 대사로, 그야말로 ‘백마 탄 왕자’가 따로 없는 한기주의 매력을 극대화시키기도 했다.
이어 “이 안에 너 있다”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강태영을 향한 윤수혁(이동건 분)의 강렬한 고백이었다. 대사만 들었을 땐 이보다 닭살 돋을 수 없는 오글거림이 동반되지만, 이동건의 깊은 목소리와 그윽한 눈빛이 더해져 최고의 고백신 중 하나로 등극했다.
▼ “길라임씨는 몇 살 때부터 그렇게 예뻤나” : 시크릿가든(2010)
‘시크릿 가든’ 역시 매회 매장면의 대사가 화제를 모을 만큼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그 중에서도 현빈이 망가짐을 불사하고 찰지게 소화한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이 어메이징한 여자야” 등의 대사들을 제외하고는 ‘시크릿 가든’을 논할 수 없다.
특히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길라임(하지원 분)에게 얼굴을 들이댄 채 “길라임씨는 몇 살 때부터 그렇게 예뻤나”와 같은 대사를 내뱉는 김주원(현빈 분)의 모습에 반하지 않은 자가 있을까.
▼ “사치스럽게 말고 가치스럽게 신어요. 나한테 올 때 이거 신고 와요. 날 좋은 날. 예쁘게” : 신사의품격(2012)
장동건이라는 배우가 이렇게 능글맞은 역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신사의 품격’. 특히 말끝마다 ‘~하는 걸로’로 끝나는 그의 대사들은 금세 따라하게 되는 묘한 중독성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럼 사치스럽게 말고 가치스럽게 신어요. 나한테 올 때 이거 신고 와요. 날 좋은 날. 예쁘게”는 짝사랑 상대 서이수(김하늘 분)에게 구두를 선물하며 하는 도진(장동건 분)의 대사. 문법적으로는 옳지 않지만, 여심을 설레게 하는 데에는 적절했다.
▼ “나 너 좋아하냐” : 상속자들(2013)
‘상속자들’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 대사만큼은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차은상(박신혜 분)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기 시작한 김탄(이민호 분)이 고백 아닌 고백을 하는 대사로, 이 역시 많은 패러디물을 낳으며 드라마계 길이 남을 명대사로 등극했다.
물론 “넌 왜 맨날 이런데서 자냐? 지켜주고 싶게”, “넌 처음부터 나한테 여자였고 지금도 여자야. 앞으로는 내 첫사랑이고”와 같은 김우빈의 명대사도 빼놓을 수 없지만, 임팩트만큼은 “나 너 좋아하냐”를 뛰어넘을 수 없었다.
▼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 태양의후예(2016)
‘태양의 후예’ 역시 매회 명대사를 갱신하고 있다. 방영 전부터 화제를 낳았던 송중기와 김은숙 작가의 대사와의 만남은 기대 이상이었다. 김은숙 작가 특유의 직설적이고 재치 있는 대사를 담백하면서도 거침없이 내뱉는 송중기의 케미가 생각보다 훌륭했던 것.
특히 방송에 앞서 티저 영상으로 먼저 공개됐던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라는 대사는 극한 환경에서 일어나는 유시진(송중기 분)과 강모연(송혜교 분)의 로맨스에 더욱 드라마틱한 효과를 더했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는 총 16부작 중 겨우 6회만이 방송된 상태로, 이보다 더욱 강렬한 명대사의 탄생이 기다리고 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OSEN DB, 각 방송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