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 개그맨이라는 작은 바늘구멍을 통과해 한국 예능계의 별이 된 사람들. 그러나 오랜 세월 전에는 그들도 초조한 마음으로 가슴 졸였던 개그맨 지망생이었다. 유재석, 김구라, 이봉원, 김준현, 장동민, 양세형, 홍윤화는 앞으로 개그계를 이끌고 싶다는 고등학생 개그 지망생에게 직언직설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14일 방송된 SBS 예능 ‘동상이몽’에서 개그 연구에 빠진 고교 3학년 홍수민 군과 그런 아들이 걱정인 아버지의 사연이 공개됐다. 수민 군의 아버지는 등장부터 아들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방송임에도 아들에게 욕을 서슴지 않아 조마조마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일명 ‘미래의 유재석’이란 수식어를 가진 홍수민 군은 공부보다 개그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외모 역시 개그하기 좋은 얼굴이란 평가를 얻으면서 개그 기대치를 높였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그렇게 미친 짓을 한다. 너는 절대 개그 할 얼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민 군은 3년째 천안-서울 지하철 1호선에 올라 승객들 앞에서 본인이 짠 개그를 선보였다. 이어 행상을 하는 할머니들 앞에서 춤을 추며 개그를 선보였고, 심지어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치는 아저씨들에게 애드리브 개그를 방출했다. 하지만 웃기진 않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의 주 무대는 천안 광장이었는데 아무리 사람들을 불러 모아도 멈춰 서서 봐주는 사람이 없었다.
김구라는 그의 지하철 공연에 대해 “이런 게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저러니까 아버지가 싫어 하신다”고 했다. 초등학생들을 놀라게 하는 그의 모습에 유재석도 나섰는데 “이런 게 개그가 아니다. 지나친 자신감은 독이 된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그의 상태를 지켜본 김구라는 이어 “수민 군이 하는 게 절대 개그가 아니다. 인기 개그맨 방송을 모니터링 하든지, 코미디 영화배우의 개그 스타일을 연구하라”고 제안했다. 두서없는 개그가 아닌 준비를 통한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면 부모님도 아들을 응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홍윤화는 개그는 웃음을 주는 것이지, 웃음거리가 돼선 안 된다고 지적하며 “부모님께 경제적 지원을 바라지 않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먼저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장동민도 “코미디에서 기대치가 없어야 웃음을 주는데, 분장이 너무 과하다. 자신감이 없는 것 같다”고 선배로서 조언을 해줬다.
양세형도 과거 부모님이 개그맨이 되는 걸 반대해서 직접 돈을 벌었고 응원해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녹화 2주 후 수민 군의 모습을 달라져 있었다. 부모님과 약속을 했듯이 먼저 대학에 진학해 개그맨이 돼기로 했다. 더 이상 야외 공연도 하지 않았다.
기본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자신의 능력을 극한대로 올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 것이다. 이날 방송분은 ‘동상이몽’ 기획의도를 제대로 살린 의미 깊은 날이었다./purplish@osen.co.kr
[사진] ‘동상이몽’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