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서브로 접근해보려 해도 강스파이크를 날리며 오나미를 밀어냈던 허경환이 변했다. 드라마에 빠져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 가상 아내에게 섭섭함을 드러낸 것이다. 슬슬 ‘허옹성’의 함락도 초읽기에 돌입하는 것이 아닐까. 결코 무너질 것 같지 않던 허경환의 철벽이 동요할 때, 오나미는 물론 시청자들의 동공까지 지진을 만난 듯 설렘으로 흔들렸다.
지난 15일 방송된 JTBC ‘님과 함께 시즌2 - 최고의 사랑’(이하 님과 함께2)에서 허경환과 오나미의 가상 부부 생활이 전파를 탔다. 오나미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에 푹 빠져 허경환을 본체만체했다. 쇼파에 길게 드러누운 허경환은 자신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오나미의 이름을 줄기차게 부르다가 “이젠 같이 있어도 쳐다보지도 않나”라며 서운해했다.
몇 주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광경이다. 허경환이 자신의 이름과 철옹성을 합성해 만든 별명 ‘허옹성’을 얻게 된 것은 그동안 오나미의 구애를 철벽처럼 튕겨냈기 때문이었다. 사실 김숙·윤정수 커플의 엄청난 파괴력 탓에 다소 가려져 있기는 했지만, ‘허경환 바라기’ 오나미의 계속되는 들이댐과 이를 단호히 거절하는 허경환의 모습 역시 ‘님과 함께2’의 큰 웃음 포인트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허옹성’에도 조금씩 무너질 기미가 보이는 듯하다. 오나미의 ‘치인트’ 속 명장면 재연 요구에 순순히 응하더니, 더 달달한 그림을 만들기 위해 아내를 코치하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이를 거절하는 대목에서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을 터다.
그런가하면 허경환은 장동민·나비 커플의 연애 코치를 받은 오나미가 “감기에 걸렸다”고 하자 은근슬쩍 따뜻한 차를 주문하는 배려심도 보였다. 오나미 앞 얼음을 동동 띄운 오렌지주스를 빼앗아 자기 쪽으로 놓기도 했다. 물론 “너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옮을까 봐”라며 강짜를 놓기는 했지만, 열려가고 있는 그의 마음은 확실히 보였다.
이날 오나미는 허경환에게 작정하고 돌직구를 던졌다. 장동민과 나비의 조종으로 뱉은 말이었지만, 오나미는 “저한테 조금만 더 잘 해줄 수 없나”라며 섭섭한 표정으로 허경환을 바라봤다. 시청자들도 오나미와 함께 던졌을 이 질문의 답이 어떻게 나올지 벌써 다음주가 기다려진다.
물론 허경환다운 ‘반항’이 없다면 이 커플의 재미 요소가 한 가지 사라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후배의 ‘티격태격’ 말고 부부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원하는 시청자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불멸의 ‘허옹성’에 조금이나마 나 있는 ‘스크래치’가 괜스레 반갑게 다가오는 까닭이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님과 함께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