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오필승코리아' 건들지마..크라잉넛, 왜 화났나?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6.03.16 07: 13

밴드 크라잉넛이 뿔났다. 저작권과 돈이 걸린 민감한 문제이긴 하지만 정치판에 자신들의 노래가 쓰인다는 자체가 불쾌한 모양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선거 로고송으로 '오 필승 코리아'를 꼽은 게 문제가 됐다.
◆젊고 건강한 이미지 꾀했지만
새누리당은 14일 "4.13 총선에 대비한 로고송 7곡을 선정했다. '프로듀스 101'의 '픽미', 태진아의 '잘 살거야', 김필-곽진언의 '뭐라고', 박학기의 '비타민', 장윤정의 '올래', 박강수의 '다시 힘을 내어라', 크라잉넛의 '오 필승 코리아"라고 알렸다. 

연령별 유권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선택됐는데 '오 필승 코리아'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대표 응원곡이었던 이유에서 선정됐다. 젊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힘찬 노래라 선거송으로 뽑힌 걸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저작권이다. 선거송에 쓰이는 노래들은 대부분 원곡 그대로가 아닌 당 이미지와 투표 독려 메시지를 담아 개사하게 된다. 그러면 가수나 제작자가 아닌 그 곡을 만든 작사-작곡가들의 허락을 받아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새누리당에서는 '오 필승 코리아'를 선거송으로 채택하면서 크라잉넛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 착오가 생긴 것. '오 필승 코리아'는 크라잉넛이 아닌 이근상과 붉은악마의 작사-작곡으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목적이라면 안 돼요"
결국 크라잉넛 멤버 한경록이 나섰다. 그는 15일 SNS에 "저희 크라잉넛은 새누리당 측에 '오 필승 코리아'를 선거 로고송으로 사용하도록 승인해 준 적이 없음을 밝히는 바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새누라당 측의 착오를 지적하며 "총선 로고송으로 사용하고자 했던 '오 필승 코리아'는 협회에 등록된 버전이 아닌 크라잉넛이 가창, 연주한 우리 버전의 곡이다. 멤버 이상혁 군이 작사, 작곡한 노래"라고 밝혔다. 
크라잉넛의 '오 필승 코리아'는 2002년 월드컵 당시 '필살 오프사이드'라는 곡 앞에 이근상-붉은악마가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붙여 편곡한 곡이다. 2002년 붉은악마 공식 응원 앨범 '꿈★은 이루어진다'에 수록돼 있다.
하지만 당시 크라잉넛은 실수로 자신들의 버전을 협회에 못 올렸다. 그래서 현재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홈페이지에서 '오 필승 코리아'을 검색하면 이근상-붉은악마의 버전만 나온다. 
크라잉넛 버전은 '필살 오프사이드'로 검색해야 찾을 수 있다. 복잡하고 어렵긴 하지만 새누리당은 다른 버전을 선거 로고송으로 신청해 놓고 크라잉넛으로 홍보한 꼴이 됐다.  
◆그럼에도 '오 필승 코리아'를 쓰고 싶다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홈페이지를 보면 선거 로고송 사용 승인 신청과 관련해 자세한 설명이 담겨 있다. 선거 운동 기간이 시작되는 31일 전날까지 신청을 하면 된다. 새누리당은 30일까지 크라잉넛 버전이 아닌 협회 등록곡으로 다시 신청하면 된다.  
크라잉넛 버전을 꼭 쓰고 싶다면 '필살 오프사이드'로 다시 신청하면 된다. 하지만 크라잉넛 측은 "저희의 작사, 작곡으로 저작권이 돼 있는 곡은 예전부터 어떠한 경우도 선거송 등 정치적 목적으로는 허락하지 않았다. 정당과 정치적 성향을 배제하고 어느 단체나 개인에도 사용 허가를 해드리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더 큰 문제로 번지기 전에 새누리당이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크라잉넛 버전이 아닌 곡으로 홍보 자료를 정정하는 게 현명할 거로 보인다. /comet568@osen.co.kr
[사진] CJ E&M 제공,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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