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정의 재발견이다. 불편함을 조성하는 불륜이라는 소재와 막장 전개 속에서도 홀로 고고하게 빛나는 그의 연기력만큼은 박수 받기에 충분했다.
조여정은 KBS 2TV 4부작 드라마 ‘베이비시터’에서 차은주 역을 맡았다. 예쁘고 우아한 외모만큼 상위층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인물로, 남편 유상원(김민준 분)에 대한 애정이 지극한 인물이다.
하지만 베이비시터 장석류(신윤주 분)가 저택에 들어오고 난 후부터 그의 생활도 무너졌다. 자신만을 사랑할 줄 알았던 남편은 언젠가부터 베이비시터로 향하는 시선을 숨기지 못했고, 급기야 은주가 자리를 비운 사이 위험한 관계를 즐기며 사리분별력을 잃었다.
결국 은주 역시 우아함을 포기하고 직설적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애지중지하던 온실에서 다 쓴 콘돔 껍질을 발견한 은주는 손이 다치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화분을 깨부수며 분노를 폭발시켰다. 또한 석류의 뺨을 때리며 불륜에 대해 다그치기도 했지만, 석류의 반응은 적반하장이었다.
두 사람의 싸움은 곧 상원과 영균(이승준 분)도 보게 됐고, 석류는 영균과 함께 집을 나가는 길을 택했다. 얼마 후 영균과 결혼하며 상류층의 세계에 들어선 석류는 더욱 기고만장해진 채였다. 은주의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고, 상원을 향한 도발 역시 그대로였다.
분노를 유발하는 전개 속에서 시청자가 의지할 곳은 은주 역을 맡은 조여정의 연기력뿐이었다. 그는 남편에게 사랑받던 과거의 사랑스러운 아내부터 새파랗게 어린 베이비시터에게 남편을 빼앗기고 분노와 증오에 휩싸인 비련의 여주인공까지 자유자재로 표현해냈다.
또한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에서 핵심적인 키를 쥐고 있는 만큼, 신비로우면서도 소름 끼치는 매력 역시 그에게는 무리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극을 전두 지휘하는 그의 일당백 활약에는 박수를 보낼 만 했다.
하지만 ‘베이비시터’라는 작품 자체를 두고서는 말이 많은 상태다. 10시라는 황금 시간대에, 그것도 지상파에서 방송하기에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냐는 것. 다행인지 불행인지 ‘베이비시터’ 4부작으로, 이제 겨우 2부만을 남겨두고 있다. 과연 남은 2회에서는 조여정의 연기력 말고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베이비시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