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아인의 연기가 제대로 터졌다. 원래도 소름돋는 연기력의 소유자라 평가받는 유아인이지만 이제는 그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모자랄 정도다. 마치 1시간짜리 영화를 보는 듯 휘몰아치는 전개 속 광기어린 유아인에 안방 시청자들은 전율을 느꼈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는 이제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놓고 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 48회에서 이방원(유아인 분)은 스승인 정도전(김명민 분)을 죽인 뒤 동생 이방석(정윤석 분)마저 단칼에 베어내며 광기를 폭발시켰다.
죽고 사는 건 죄의 유무와는 상관없다고 말한 이방원은 숙부인 이지란(박해수 분)을 찾아가 "아버님이 출병을 취소하지 않으시고 정도전이 죄인이라 포고하지 않으신다면 저는 결국 아바마마를..."이라고 하며 대립했다.
또한 정도전에 이어 이방석까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한 이성계(천호진 분)가 칼을 겨누자 이방원은 "날 죽일 분은 아바마마뿐이다. 아바마마가 날 용서치 않고 죽이신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 차라리 죽으면 이 고통도 끝이 날 것"이라며 자신을 죽이라고 소리쳤다. 눈물까지 흘리며 고통스러워 하는 이방원의 모습은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특히 이방원은 혼자 있는 순간에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는데, 유아인은 떨리는 손과 목소리로 이방원의 심경을 표현해 안방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겉보기엔 권력욕에 휩싸인 악인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그 역시도 죽음 앞에서는 두렵고 외로운 사람일 뿐이었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이를 이방원과 조영규(민성욱 분)의 대화로 풀어내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방원은 "뭘 그런 걸 직접 했냐. 애들 시키지"라며 자신의 손을 잡는 조영규에게 "형이 없잖아"라며 "무휼(윤균상 분)에게 시키면 걔도 날 떠날 것 같아서"라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그리고 조영규는 "돌아보지 마라. 여기까지 왔는데"라며 이방원을 다독였다.
조영규는 평생 이방원의 옆을 지켜왔던 무사이자 친형 같은 존재였다. 이방원이 마음 먹은 일은 무엇이 되었든 함께 하며 힘을 보탰다. 그리고 이제 조영규의 역할을 무휼이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 여린 무휼이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방원은 직접 칼을 들어 정도전과 이방석을 죽였다. 그리고 무휼이 없는 곳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슴 아픈 눈물을 떨궜다.
이처럼 '육룡이 나르샤' 속 이방원은 무조건 악하지도, 무조건 선하지도 않아 더욱 공감이 가는 인물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는 이방원에 완벽히 몰입된 유아인이 있기에 가능했다. 휘몰아치는 피의 전쟁 속 시시각각 변모하는 표정과 눈빛은 소름끼치는 위압감을 줬고, 인간적인 고통과 아픔을 털어놓을 때는 보는 이들까지 안타깝게 만들었다. 유아인의 연기야 언제나 믿고 볼 정도로 훌륭했지만, 이제는 그 어떤 찬사도 모자랄 정도다. 유아인은 매회 자신이 왜 연기 천재라 불리는 지를 입증하며 범접 불가의 클래스 다른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단 2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육룡이 나르샤'에서 유아인은 또 어떤 이방원을 완성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될지 기대가 모인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