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쉰 세 살에 접어든 배우 정진영은 실제 나이보다 스무살 가까이 많은 총리를 연기하면서 부자연스럽지 않게 배역에 녹아들었다. 40~50대 여성 시청자들은 물론 20~30대 젊은 여성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이른바 ‘할배 파탈’이란 수식어를 얻었다.
정진영은 이 같은 수식어를 듣고 점잖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도 그럴 것이 배우로서 캐릭터를 잘 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매력까지 더해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는 평가이기 때문이다. 정진영은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을 통해 지난해 열린 MBC 연기대상에서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화려한 유혹’에서 전 총리 강석현을 연기한 정진영은 16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연기를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오갔다. 이 드라마를 통해 과분한 사랑을 받아 감사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8일 방송분에서 석현은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심장발작으로 쓰러져 사망했다. 이에 정진영은 종영을 앞두고 세상을 떠나서 아쉬움이 남진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쉽긴 했지만 애초에 종영 전에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언제, 어떻게 죽을지가 궁금했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정진영은 강석현 캐릭터를 ‘반성의 아이콘’이라고 설명했다. “감독님이 강석현의 인생 최후는 반성으로 끝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악역으로 베이스를 깔았지만 은수를 만나면서 그 냉철함이 사라졌다. 물론 석현은 비자금 조성에 비난받아야할 인물이다. 물론 드라마라는 게 그 사람이 착해지면서 나쁜 행위를 변호하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시청자분들이 긍정적으로 봐주신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후배 최강희와의 로맨스도 어려웠지만 석현이 알츠하이머를 앓는 연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정진영은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이 하나는 사랑이었고, 또 하나는 치매 연기였다. 최강희 씨와 결혼하는 설정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데 스스로도 반신반의했다. 잘못하면 큰 비난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그래서 제 감정을 시청자분들이 잘 따라올 수 있게 설득하기로 했다. 전형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화려한 유혹’은 좀 묘한 드라마다. 제작발표회 당시 제가 ‘더러운 가문의 수작’이라고 표현을 했을 정도로 통속적인 이야기인데, 기존의 것과 다르지만 어렵게 이끌어갔던 것 같다. 재벌가 집안을 비판하면서 캐릭터들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했다. 이 드라마가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진 않았지만 독특한 설정이 재미있었다”고 PD와 작가의 노고를 치하했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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