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은 여전히 tvN 드라마의 전설로 남아있는 작품이다.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향을 얻은 남자가 이를 이용해 미래를 바꾼다는 '타임슬립' 소재는 평범한 사랑 이야기에 지쳐 있었던 시청자들에게 장르물의 재미를 알게 했다.
그 가운데 드라마의 중심을 끌고 간 이진욱의 인기는 대단했다. 잘생긴 외모에 방송 기자인 주인공 박선우 역과 꼭 어울리는 이지적인 분위기, 남자다운 매력이 '여심'을 사로잡았다. 물론, 배우의 안정적인 연기력과 카리스마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그런 이진욱이 다시 한 번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돌아온다. 영화 '시간이탈자'다. '시간이탈자'는 1983년의 남자와 2015년의 남자가 꿈을 매개로 소통을 하면서 벌어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진욱은 극 중 2015년을 살아가는 강력계 형사 건우 역을 맡았다. 건우는 꿈을 통해 1983년을 살아가는 남자인 고등학교 교사 지환(조정석 분)의 일상을 보게 되고 지환의 약혼자에게 벌어질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나인' 속 이진욱은 후회스러운 과거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애썼다. '과거를 바꾸면 현재도 바뀐다'는 법칙은 '나인'의 적통(?)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 '시그널'에서도 적용됐는데, 이 같은 법칙이 드라마 속에서 예상할 수 없는 사건들을 일으키며 긴장감을 만들었다. 이진욱은 비극적인 사건들에 맞서 운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박선우라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끌어 냈었다.
타임슬립 소재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형식의 새로움에서 재미를 얻는 것이지만, 이를 설득력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배우의 연기력이 뒷받침 돼야한다. 특히 '시그널'처럼 과거의 사건을 바꿔야 하는, 처절하고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를 그릴 때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필수다. 조진웅, 김혜수, 이제훈의 연기력이 '시그널'이란 작품을 통해 극찬을 받은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진욱이 출연한 두번 째 타임슬립 작품의 완성도에 기대가 간다. 이미 '나인'으로 한 차례 자신의 능력을 보여준 만큼 '시간이탈자'에서도 '타임슬립 면허증' 소지자다운 면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 단, 지나친 기시감은 '독'이 될지도 모른다. 과연 이진욱은 이번 영화를 통해 어떤 매력을 보여줄까?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등장만으로 탄성을 지르게 했던 그가 보여줄 진가를 기대해 본다. /eujenej@osen.co.kr
[사진] '시간이탈자'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