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지상파 시청률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요즘 30%에 육박하는 높은 수치로 고공행진 중이다. 로맨스의 대모 김은숙 작가가 집필을 맡고 송중기, 송혜교가 주연을 맡은 이 드라마는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재밌는 대사, 흥미진진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tvN '시그널' 같은 장르물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지만 드라마 시장에서는 여전히 로맨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화제성과 시청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tvN '치즈 인 더 트랩'을 비롯해 바통을 이어받은 '태양의 후예',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MBC '그녀는 예뻤다' SBS '애인있어요' 역시 로맨스 드라마였다.
장르 불문, '기승전로맨스'라는 말이 나올 만큼 한국 시청자들의 로맨스 사랑은 유별나다. 그런데도 로맨스 소재가 죽을 쑤고 있는 분야가 존재한다. 영화다. 소위 '남자 영화'라 일컫는 누아르나 액션 장르 영화가 강세를 보였던 근래의 분위기를 반전시켜 보겠다며 호기롭게 등장한 멜로,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이 예상 외의 흥행 실패에 처하며 아쉬움을 사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개봉한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전윤수 감독)는 시작이었다. 연말 분위기를 노리고 개봉한 '극적인 하룻밤'(하기호 감독),1월에 연이어 개봉한 '나를 잊지 말아요'(이윤정 감독), '그날의 분위기'(조규장 감독), 최근의 '좋아해줘'(박현진 감독)와 '남과 여'(이윤기 감독)까지. 나열된 모든 영화가 100만 관객을 넘기지 못했다. 그나마 80만 이상을 동원한 '좋아해줘', 64만 관객을 동원한 그날의 분위기'가 사정이 낫다고 할 수 있겠다.
로맨스 영화의 흥행 기근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로맨스 장르로 '중박' 이상의 성공을 이뤄낸 영화는 지난해와 올해 통틀어 '뷰티 인사이드'(백감독) 정도가 다다. '뷰티 인사이드'는 약 205만 관객을 동원했다. '천만 영화' 시대에 결코 높은 성적이라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같은 장르 중에서는 비교적 성공한 편에 속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로맨스 장르가 유독 스크린에서 외면 받는 이유로 장르에 대한 관객들의 싫증을 꼽는다. 이미, 드라마에서 수없이 반복되고 있는 로맨스를 굳이 극장에서 돈을 주고 보려는 관객들이 없다는 것. 다른 말로 '진부하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뷰티 인사이드'만 봐도,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남녀의 러브라인이 아닌 독특한 소재였다. 외모가 매일 바뀌는 남자와의 사랑을 그리는 탓에 수많은 유명 배우들이 주연으로 참여했고, 이 같은 특이한 형식이 관객들의 관심을 끌어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
비슷한 예로는 2013년 개봉한 영국 영화 '어바웃 타임'(리차드 커티스 감독)을 들 수 있다.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에 타임슬립을 소재로 곁들인 이 영화는 외화라는 약점에도 불구 330만 관객을 돌파했다.
로맨스 영화의 약세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계에서 오래된 고민이다. 원인은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 흥행한 로맨스 작품들의 성향을 봤을 때 평범하고 진부한 이야기 보다는 색다른 설정 등이 결합된 작품에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eujenej@osen.co.kr
[사진]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극적인 하룻밤', '나를 잊지 말아요', '그날의 분위기'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