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 종영하는 ‘육룡이 나르샤’는 그동안 권력에 대한 야망 때문에 형제들을 죽인 철혈군주로 그려진 이방원을 새 역사를 세운 주체적인 인물로 색다르게 접근한 드라마였다. 배우 유아인은 이 드라마에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이방원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그리며 기존에 이방원이 등장했던 사극과 다른 길을 걸었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오는 22일 50부작의 대항해을 마친다. 지난 해 10월 5일 첫 방송을 한 이 드라마는 유아인, 김명민, 신세경, 변요한, 천호진 등 어느 한 드라마에서 든든한 주연을 맡을 수 있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특히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등을 집필한 김영현, 박상연 작가라는 믿고 보는 사극의 대가가 집필했고 흥미진진한 조선 건국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으로 안방극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육룡이 나르샤’는 50부작 동안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화려한 배우와 제작진의 맹위를 떨쳤다. 특히 그동안의 조선 건국 이야기와 달리 이성계가 아닌 이방원의 시선에서 펼쳐놓는 흥미로운 허구와 역사적인 사실의 적절한 배합은 안방극장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드라마가 처음부터 이방원을 중심으로 조선의 기틀을 세운 여섯 용의 이야기를 다루겠다고 공언한만큼 기존 드라마와 달리 이방원이 왜 형제들을 비롯한 숱한 개국공신들을 죽였는지를 개연성 있게 다뤘다. 역사를 바꿀 의지는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는 정도전(김명민 분)과 달리 유아인의 이방원은 급진적이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새 역사를 만들었다. 조선을 세우는데 일조했지만 정도전의 신권정치에서는 왕이 될 수 없는 이방원의 슬픈 야망, 그리고 새 운명을 다시 개척하기 위해 또다시 손에 피를 묻히는 결단은 악역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우리가 ‘용의 눈물’, ‘정도전’ 등 인기 있었던 조선 초기를 다룬 드라마 속 이방원의 피도 눈물도 없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당위성을 부여하며 색다르게 역사를 해석하고 재가공했다. 그 과정에서 유아인은 제작진이 그려놓은 독특한 이야기 전개방법을 시청자들에게 수려하게 설득시켰다. 언제나 미숙하지만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책임지고 늘 고뇌하는 이방원에게 푹 빠져서 보게 되면 폭주하는 철혈군주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됐기 때문.
유아인은 이방원의 불안하면서도 안타까운 야망을 소름 끼치도록 표현했다. ‘연기 천재’라는 수식어답게 자유롭고 유연한 감정 연기로 50부작이라는 긴 시간 동안 드라마의 중심축을 책임졌다. 연기 보는 맛이 있는 배우답게 그가 어떻게 이방원을 그려나가는지, 어떻게 안방극장에 악역이 아닌 영웅으로 담을지 기대를 하게 했고 그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늘 변화를 꾀하며 연기를 표현해 어디로 튈지 몰라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높이는 배우, 그렇게 유아인은 안방극장의 단골소재인 이방원을 흥미롭게 만들며 ‘육룡이 나르샤’의 인기를 높였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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