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작가가 ‘기승전멜로’의 틀을 벗고 묵직한 인간애로 감동까지 어우르고 있다. 재난 구호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군인 송중기과 의사 송혜교의 결연한 눈빛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며 두 사람의 멜로를 더욱 탄탄하게 하고 있다.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지진 구호를 하는 군인 유시진(송중기 분)과 의사 강모연(송혜교 분)의 사랑과 인간애를 다루는 이야기. ‘파리의 연인’, ‘온에어’, ‘시크릿 가든’ 등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작품답게 초반 통통 튀는 사랑 이야기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이 드라마는 중반에 접어든 후부터 사랑뿐 아니라 인류애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
그동안 시진과 모연은 가치관의 대립이 있었는데 지진이 발생한 후 생명을 구하는 일로 대동단결한 상황. 현실적인 모연은 시진이 조국을 위해 목숨도 바치고 사람도 죽이는 일을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긴급 구조를 시작하면서 모연 역시 시진과 같은 목표로 연대를 하게 됐다. 그동안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았던 가치관의 차이를 지진 피해라는 생명을 구하는 일이 최우선이고 다른 그 무엇도 앞지를 수 없는 급박한 현실이 극복하게 만든 것.
더욱이 모연이 어떻게든 사람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시진의 도움 속에 차선의 선택을 하고 희생하는 이야기는 격한 감동을 안겼다. 설레는 로맨스 뿐 아니라 이 드라마가 가진 묵직한 주제 의식이 지진 발생 후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김은숙 작가는 ‘태양의 후예’를 통해 첫 블록버스터 드라마에 도전했다. 그동안 솔직하고 다소 유치하지만 설레는 로맨스 드라마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김은숙 작가는 ‘태양의 후예’를 통해 진화된 로맨스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거창할 수 있지만 뭉클한 구석이 많은 평화를 드라마에 간간히 담으며 마냥 가벼운 드라마에서 탈피한 모습이다.
여기서 ‘태양의 후예’의 재미가 나온다. 송중기와 송혜교가 연기하는 시진과 모연의 로맨스, 안타까운 ‘역신데렐라 로맨스’로 재미를 높이는 진구와 김지원의 이야기 뿐 아니라 한 번 쯤 생각해봄직한 묵직한 인간애의 감동이 있다. 늘 뻔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던 김은숙 작가는 ‘자기 복제’라는 일부의 삐딱한 시선을 뒤엎는 카드로 ‘휴먼 드라마’를 택했고 이는 드라마의 크나큰 성공을 이끌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