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수목극 ‘굿바이 미스터 블랙’이 KBS2 ‘태양의 후예’와 경쟁작으로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동 시간대 편성된 건 아무래도 ‘신의 악수’(惡手)로 보는 게 나을 법하다. 첫 방송에서 3.9%(닐슨코리아 제공·전국 기준)라는 처참한 시청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희 PD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열연이 있기에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지난 14일 열린 ‘굿바이 미스터 블랙’의 제작발표회에서 한 PD는 ‘태양의 후예’와의 비교에 대해 “각각의 장단점을 논하는 건 그렇지만 우리 드라마가 한 땀 한 땀 장인의 숨결과 정신으로 만들어나가다 보면 좋은 반응이 있지 않을까싶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초반에는 힘들겠지만 앞으로 회 차가 진행될수록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공개된 ‘굿바이 미스터 블랙’의 1회는 마치 영화를 보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한 높은 연출력을 발휘했다. 탄탄한 스토리 전개를 기반으로, 훈련을 받는 해군들의 긴장감 역력한 모습, 폭탄이 터져 화재가 난 수중 가옥, 어긋난 사랑의 짝대기는 집중력을 가지고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한희 PD의 말대로 제작진의 전의는 불타올랐다. 경쟁작으로 만난 ‘태양의 후예’가 방송된 지 7회 만에 30%를 눈앞에 두고 있어서다. 닐슨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태양의 후예’는 이날 28.3%를, SBS 수목극 ‘돌아와요 아저씨’는 4%를 기록하며 ‘굿바이 미스터 블랙’을 3위로 주저앉혔다.
뒤늦게 수목극 대전에 합류한 ‘굿바이 미스터 블랙’이 살아남기 위해선 두 드라마의 시청률과 전개 상황, 새로운 소식에 신경 쓰지 않고 초반 기획대로 흔들리지 않고 걸어가는 것이다. 물론 모든 걸 내려놓고 초연한 길을 걷기 힘들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극의 완성도가 높은 만큼 자신감을 가질 법도 하다.
이진욱은 전 해군특수부대 장교 차지원을, 문채원은 쓰레기장에 버려져 살아온 기자 김스완을, 김강우는 직업 군인을 포기하고 기업인이 된 민선재를 연기한다. 세 사람은 각각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득시키는 호연을 보여줬다.
해군 특수부대 장교 이진욱과 김강우의 탄탄한 몸매는 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또 다른 관전 포인트였다. 3%대로 시작한 ‘굿바이 미스터 블랙’ 팀의 어깨가 처졌겠지만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까지 순항하길 기대해본다./ purplish@osen.co.kr
[사진]‘굿바이 미스터 블랙’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