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혜교가 ‘태양의 후예’에서 또 다시 진화한 ‘멜로퀸’의 면모를 보여줬다. 사랑하고 싶은, 사랑받고 싶은 여자이자 멜로의 부수적인 도구가 아닌 주체적인 요소로 활약하며 송혜교의 믿고 보는 드라마를 완성했다.
송혜교는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의사 강모연을 열연 중. 이 드라마가 현재 시청률 30%를 목전에 두며 큰 인기를 누리는 결정적인 배경은 송중기와 송혜교의 직설적인 로맨스가 작용하고 있다. 김은숙 작가가 써내려간 솔직한 대사를 설레게 소화하는 두 사람은 안방극장을 달달하게 물들이고 있다.
비단 로맨스 뿐만이 아니다. 지진 구호를 이야기로 다루며 생명의 존엄성을 건드리는데 송혜교가 연기하는 모연의 성장이 뭉클한 감동을 안기는 중. 울고 불고 하는 로맨스에 발목이 잡힌 게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사랑을 선택하기도 하고 밀어내기도 하는 주체적인 여성이자 뚜렷한 직업의식을 갖고 있는 의사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얻고 있다.
모연은 단호하고 올곧은 소명의식을 갖고 있는 그야말로 멋스러운 여자. 송혜교는 당당하고 강한 내공을 가진 모연으로 로맨스뿐만 아니라 인간애적인 가치관을 생각하게 연기를 펼치고 있다. 송혜교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극중 모연이가 고뇌하며 구호를 펼치는 뿌듯한 이야기는 기존 로맨스 드라마의 민폐 여주인공과 궤를 달리 하는 중이다. 사랑의 감정이 있는 시진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시진의 조언 속 스스로 선택하고 함께 이 극한의 상황을 싸워나가는 모연은 웬만한 블록버스터 영화 속 영웅 못지않게 든든하다. 물론 그의 로맨스 판타지를 극도로 끌어올리는 빼어난 매력은 전매특허답게 여전하다.
송혜교가 숱한 작품의 러브콜을 물리치고 모연과 ‘태양의 후예’를 택한 이유를 알 수 있게 하고 있는 것. 2000년 ‘가을 동화’를 시작으로 ‘올인’, ‘풀하우스’,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반향이 있는 로맨스 연기를 펼쳤던 송혜교. 시대의 아이콘이자 아름다운 미모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그는 어느새 역할의 확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연륜 강한 배우가 돼 있었다. 로맨스를 연기하는 인물 자체가 사실 결국 사랑 이야기라 달라질 게 없는데도 매번 변화를 시도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청순하면서도 당당한 색깔을 입히는 송혜교는 이번 ‘태양의 후예’에서도 응원하고 싶은 여자 모연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이 드라마가 아무래도 남자 주인공인 송중기에게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인데도 송혜교가 빛이 나는 것은 송중기의 열연과 뛰어난 매력을 잘 받쳐준 송혜교의 보이지 않는 연기 호흡이 있기 때문이다. 함께 작품을 하는 남자 배우마다 인기 스타로 만드는 힘이 있는 송혜교가 이번 ‘태양의 후예’에서도 송혜교라는 브랜드의 값어치를 증명했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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