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선택은 배우 이병헌이었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로 제10회 아시안 필름 어워드에서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은 것.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연기력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그가 아시아의 남자로 마카오의 밤을 수놓았다. 이에 벌써부터 올해 국내 시상식에서의 트로피 싹쓸이를 조심스레 점쳐보게 된다.
이병헌은 지난 17일 오후(현지시각) 마카오에 위치한 더 베네치안 마카오(The Venetian Macao)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안 필름 어워드(이하 AFA, Asian Film Award)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날 AFA의 시상 결과 서기 주연의 대만 영화 ‘자객 섭은낭’이 다관왕에 오른 것이 사실. 이 가운데 이병헌은 한국 대표로 남우주연상을 당당히 따내면서 충무로의 자존심을 세웠다.
그의 연기력은 이미 국내 관객들이 입이 마르도록 호평을 보낸 바 있다. 지금까지 선보였던 연기와는 사뭇 다른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었다. 영화 초반 깔끔한 슈트는 온데간데없이 파마머리를 장착하고,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언사와 행동들까지. 모든 것을 내려놓을 줄 아는 그의 연기 열정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이는 없었다.
영화가 개봉한 이후 이병헌의 인기는 관객들로부터 사랑받은 명대사로 입증됐다. 전라도 사투리로 전하는 그의 대사들은 모두 구수했고 인상도 깊게 남았다. 그중에서도 극중 배역인 안상구를 잘 보여주는 유행어가 탄생했으니 바로 그 유명한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 잔’이었다.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서는 최초로 50분을 추가한 감독판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 개봉하기도 했다. 최종 흥행 결과는 더욱 놀라웠다. 청소년관람불가등급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본편만 700만(영화진흥위원회 기준) 관객 돌파, 감독판까지 합치면 900만 관객을 돌파한 것. 이는 영진위 공식 흥행 1위 기록인 ‘아저씨’(628만)를 5년 만에 넘은 것은 물론, 비공식 흥행 1위인 ‘친구’(818만)의 기록을 15년 만에 넘어선 기록이다.
이처럼 국내 관객들의 호평이 자자했던 ‘내부자들’ 속 이병헌의 연기를 AFA를 통해 아시아 전역에 널리 알리게 된 셈이다. 앞서 이병헌은 지난달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참석해 시상을 진행한 바. 한국을 대표해 세계에 나서던 그가 이제는 아시아를 대표해 세계를 누비게 됐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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