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일주일 내내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많은 것은 설레게 하는 로맨스 장면 뿐만이 아니다. 재난 현장 속 인간애를 다루는 드라마답게 생명의 존엄함, 평화와 인류애를 다루는 곳곳의 장치들이 안방극장을 울컥하게 한다. 우리가 잠시 잊고 살았던, 그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하는 인간애가 ‘태양의 후예’를 명작으로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특히 우르크에서 지진이 발생한 6회부터 이 주제의식은 명확해졌다. 언제나 군인으로서 옳고 명예로운 결정을 하려는 유시진(송중기 분)부터 생명의 존엄함보다 높은 가치는 없다고 생각하는 의사 강모연(송혜교 분)이 보여주는 뭉클한 감동이 안방극장을 울리고 있다.
# 하이힐 굽 빼고, 노동자가 건넨 신발 신은 모연
모연은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구호 현장에 두 번이나 남았다. 특히 미모를 위해 신고다니던 하이힐의 굽을 스스로 꺾고 발이 다치면서까지 현장을 누비던 모연. 한 노동자는 그런 모연에게 허름한 작업화를 건넸다. 모연은 이 작업화를 신고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고 분투했다. 그리고 이 신발을 노동자에게 돌려주며 주고받은 따스한 위로와 감사의 눈빛은 모두를 울렸다.
# 사랑보단 구호가 먼저
지진 발생 후 우르크로 돌아온 시진. 모연의 생사 확인을 했지만 실종자를 구하는 게 먼저였다. 잠시 시간이 난 두 사람은 스쳐지나가듯 서로의 안위를 걱정했다. “안 다쳤으면 합니다. 내내 후회했습니다. 그날 아침에 얼굴 안 보고 간 것. 옆에 못 있어줘요. 그러니까 몸 조심히.”라는 시진의 당부는 군인으로서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사랑하는 여자를 걱정하는 마음이 동시에 느껴져 울컥하게 만들었다.
# 한 명만 살릴 수 있다
작업 반장과 젊은 외국인 노동자. 둘 중 한 명만 살릴 수 있었던 모연. 시진의 엉망진창이라도 무엇이든 해야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조언에 모연은 독한 결단을 내렸다. 이후 세상을 떠난 작업 반장의 아내에게 유언을 전하며 눈물을 애써 참는 모연의 모습, 그리고 이 모든 안타까운 소용돌이를 지켜본 시진의 담대한 위로는 진한 인간애가 느껴졌다.
#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하는 군인의 임무는 없다
“국가? 국가가 뭔데?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게 국가다. 나에게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하라고 국가가 준 임무는 없다.” 시진은 자신의 이익에만 극븍하는 탐욕스러운 진연수(조재윤 분)에게 이렇게 일침했다. 조국을 위해, 사람도 죽일 수 있는 군인 시진이었지만 모두 평화를 위해 그리고 국민의 안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시진의 올곧은 신념 속에는 불안한 사회 안전망에 절망하는 일이 많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 잊지 않겠습니다
실종자는 곧 생존자라는 서대영(진구 분)의 강렬한 명령. 희생자를 잊지 않겠다며 묵념을 권하는 시진. 재해가 발생한 후 이 드라마는 아름다운 인간애가 쏟아졌다. 술집에서 일하는 노출증 직원은 샌드위치를 바리바리 싸들고 왔고, 모연을 비롯한 의료진은 우르크에 남아 희생을 자처했으며, 독사 같던 시진의 상관 역시 군인으로서 책임감을 다했다. 인명을 경시하는 풍조 속 ‘태양의 후예’가 전하고 있는 감동이다. / jmpyo@osen.co.kr
[사진] KBS 제공,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