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이국 땅에서 만난 극한 상황은 ‘쌈’도 ‘썸’으로 발전시켰다. ‘태양의 후예’ 속 ‘송송(송중기·송혜교)커플’이 방송 8회 만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데 이어, 우르크 곳곳에 핑크빛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KBS 2TV ‘태양의 후예’에서는 갑자기 우르크를 덮친 지진에 구조 작전을 벌이는 태백부대와 해성병원 의료봉사팀의 고군분투가 전파를 탔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람도,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도 살아남은 사람도 있었다. 유시진(송중기 분)과 강모연(송혜교 분)을 필두로 군인들과 의료진은 힘겨웠던 작전을 마무리했다.
누런 모래 먼지 속 폐허에도 사랑은 꽃폈다. 먼저 ‘송송커플’을 보자. 한창 구조 작업이 진행될 때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열일’하던 두 사람은 가끔 마주칠 때마다 서로를 향한 애틋한 눈빛을 보냈다. 전쟁 같은 상황 속 막사에서 건넨 유시진의 고백은 의도치 않게 우르크에 울려 펴진 강모연의 진심으로 돌아오며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구원(진구·김지원)커플’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민의 성원을 받던 윤명주(김지원 분)가 드디어 서대영(진구 분)의 철벽을 함락시켰다. 윤명주의 아버지 윤중장(강신일 분)의 지독한 딸 사랑 탓에 한 번을 제대로 붙어본 적 없던 두 사람이 긴급 상황 속에서 재회했다. 지진 소식에 우르크로 투입된 서대영의 굳게 다문 입술과 불안한 눈빛이 대조되며 윤명주를 향한 마음이 더욱 절절히 표현됐다.
결국 서대영은 “내가 만약 지진 때문에 잘못됐으면 어땠겠나”라고 물어 오는 윤명주를 끌어안으며 “너를 밀어냈던 모든 순간들을 후회했겠지”라고 말했다. 유시진과 윤명주의 스스럼 없는 사이를 질투하는 서대영의 모습도 시청자들을 미소짓게 했다.
‘송송커플’과 ‘구원커플’만 애틋한 마음을 주고 받은 것이 아니다. 30년 지기 송상현(이승준 분)과 하자애(서정연 분) 역시 메인 커플 만큼의 달달함을 뽐낸다. 초등학교 동창 사이인 두 사람은 평소 어린애처럼 티격태격하다가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서로를 감싸곤 했다. 처음에는 이미 부부인 줄 알았을 정도. 한국에 돌아가면 차를 바꾸겠다며 조언을 부탁하는 송상현에게 하자애는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송상현의 응수가 기상천외했다. “내 차를 왜 너한테 물어 보면 안될까? 이 많은 걸 같이 겪고도?”라는 그의 말에 의료팀은 환호를 내질렀다. 이쯤 되면 아무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위장 부부인 다니엘 스펜서(재스퍼 조 분)와 리예화(전수진 분)의 러브 스토리도 만만찮은 흡인력을 자랑한다. 우르크의 ‘만인의 연인’이 된 다니엘은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지만, 리예화 앞에서만은 “얼굴 뒀다 너한테만 쓸 거야”라며 능글맞은 모습을 드러낸다. 리예화를 ‘와이프’라고 부르는 다니엘, 이에 질겁하면서도 싫지만은 않은 눈치인 리예화의 모습이 설렘을 안긴다. 그런가하면 김기범(김민석 분)과 최민지(박환희 분) 사이에도 묘한 기류가 감돌며, 우르크에 성큼 찾아든 봄 내음을 만끽할 수 있게 했다.
이처럼 ‘태양의 후예’는 사랑꾼 투성이다. 우르크의 이국적 분위기가 사랑의 기폭제 역할을 해 주니 보는 즐거움까지 쏠쏠하다. 종영까지 절반을 남겨둔 상황에서, 우르크와 안방극장을 핑크빛으로 물들인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끝을 맺을지 지켜볼 일이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