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한 '미생'이 나타났다. 갑(甲)들에 맞서는 을(乙)의 서러움과 함께 웃음까지 버무려진 '욱씨남정기'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8일 첫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극본 주현 연출 이형민)에서는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을과 그런 을들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뻥 뚫어줄 까칠녀의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욱씨남정기'는 갑질의 시대를 살아가는 을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tvN 드라마 '미생'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미생'이 다소 무거웠다면, '욱씨남정기'는 이런 을들의 고군분투기를 코믹하게 그려내 앞으로를 더욱 기대케 했다.
코믹 포인트는 갑을 대하는 을, 남정기(윤상현 분)의 모습이었다. 남정기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소심남. 분쟁을 싫어하는 자칭 '평화주의자'이며 승진을 하면 골치 아프다고 생각하는 소심의 끝판왕이다.
그런 그가 회사의 운명을 건 중요한 계약을 따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상대는 성격 지랄맞기로 소문난 욱다정(이요원 분) 팀장. 갑 앞에서 남정기는 어떻게든 계약을 따내려 노력했지만 노력하면 할 수록 계약은 어긋나버렸다.
심지어 욱다정 팀장이 남자를 밝힌다더라는 '카더라' 소문을 듣고 호텔로 향한 남정기는 욱다정 앞에서 옷을 훌훌 벗어버려 보는 이들을 폭소케 했다. 속옷만 입은 채 욱다정 앞에 서 있는 남정기의 모습은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던 명장면.
하지만 갑 앞에서 무엇이든 해야만 하는, 절박한 을의 심경을 대변하는 장면이기도 해 웃으면서도 씁쓸한 '미생'의 현실을 그려냈다.
또 하나의 웃음 포인트는 사이다같은 욱다정의 모습. 남정기에겐 갑이지만 회사 상사 앞에선 을이 될 수 밖에 없는 팀장이지만 욱다정은 뭔가 달랐다. 자신에게 물을 끼얹은 상사를 향해 물을 끼얹는가 하면 자신을 향해 종이를 던지는 상사를 향해 물병을 던지는, 그야말로 사이다 같은 을이었다.
몸개그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배꼽 잡는 대사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상사를 향한 을의 통쾌한 반격은 보는 이들에게 절로 웃음을 선사했다. 아마 을의 생활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모두 웃을 수 밖에 없었던 장면.
앞으로 '욱씨남정기'는 그 재미를 더할 전망. 욱다정이 남정기의 앞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까칠녀 욱다정과 소심남 남정기의 모습은 더욱 코믹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코믹한 '미생' 역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trio88@osen.co.kr
[사진] '욱씨남정기'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