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의자도 이경규에게는 개그 소재가 됐다. 뜬금없이 의자 다리 하나가 부러지며 의도하지 않은 몸개그를 선사한 것. 예능신이 보우하는 듯한 ‘갓경규’의 저력은 어디까지일까.
이경규는 지난 18일 방송된 KBS 2TV ‘나를 돌아봐’에서 2인자 박명수를 1인자의 자리에 올려놓기 위해 갖은 전략을 짜냈다. 대상 7개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장본인으로서의 조언부터 이미지 개선을 위한 오목 대결까지, 다소 엉뚱한 계획들이었지만 웃음만큼은 보장됐다.
먼저 이경규는 2인자 생활을 오래 하면 사람이 추잡스러워진다며 1인자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지만, 박명수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미래를 꿈꾸는 2인자와 달리 1인자에게는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것. 박명수는 그 대표적인 예로 이경규를 꼽았다.
이에 발끈한 이경규는 “너 ‘마리텔’ 나가서 뭐했어? 웃음 사망꾼 됐지. 난 1등 했다. 내가 뭐했는지 알아? 개 몇 마리 데리고 그냥 누워있었다"라며 그의 아픈 곳을 사정없이 찔렀다. 또한 과거 대상 7개, 그것도 방송3사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었다는 대기록을 밝히자 박명수 역시 그의 의견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이경규가 앉아있던 의자의 다리가 부러졌고, 뜬금없는 일에 두 사람은 물론 보는 이들도 웃음이 터졌다. 예능신이 강림한 듯한 기가 막힌 타이밍에 박명수는 멀쩡한 자신의 의자를 일부러 고장 내는 모습으로 이경규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웃음을 멈춘 이경규는 다시금 1인자가 되기 위한 교육을 재개했다. 그는 1인자가 되기 위해서는 삼독, 즉 지치지 말고 최선을 다하는 ‘지독’과 미칠 때 샘솟는 에너지 중독 그리고 묵묵히 정진할 줄 아는 고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무식하다는 이미지를 깨기 위해서 오목을 두자며 급전개를 이어갔다. 게임계의 2인자 홍진호의 집을 찾아가 박명수와 오목을 두게 한 것. 이때 이경규는 오목 캐스터로도 활약하며 그야말로 일당백 역할을 해냈다. 물론 게임의 우세를 정반대로 읽는 허술한 면모도 드러났지만 말이다.
앞서 김수미에 이어 박명수의 매니저 역할을 맡게 된 이경규는 그 어느 때보다 제 옷을 입은 듯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유의 호통과 재치 있는 말솜씨로 박명수와 시도 때도 없이 투닥거리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는 개그로 다가온 것. 특히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를 유도하는 이경규는 과연 ‘갓경규’라는 수식어다운 연륜이 돋보였다.
특히 방송 말미에는 송해와 조우종의 일본 여행에 따라나서 적극성을 보이는 이경규의 모습이 예고되며 더욱 기대가 높아진 상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나를돌아봐’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