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예상대로 연기 9단들이 펼쳐놓는 정밀한 감정 표현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카메라는 드라마의 장기인 극강의 클로즈업으로 이성민과 김지수의 큰 표정 변화 없지만 감정이 다 드러나는 얼굴에 집중했고 두 배우는 이야기와 캐릭터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완벽히 전달했다.
지난 18일 첫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기억’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일주일 전까지 ‘시그널’이 장기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면, 이번에는 기억이 퇴보하는 남자 박태석 변호사(이성민 분)의 이야기다.
앞만 보고 달려온 남자, 이기기 위해서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 비열한 변호사 태석과 그의 현재 아내 서영주(김지수 분). 그리고 태석의 전 아내이자 아들을 잃은 상처가 있는 나은선(박진희 분)이 펼쳐놓는 감정선은 묵직했다. 전 아내를 잊지 못해 알츠하이머에 걸린 후 자꾸 찾아가는 태석, 그런 태석의 껍데기를 붙들고 사는 영주, 태석이 잊지 못하는 여자 은선 이 세 사람의 안타까운 상황은 첫 회부터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했다.
드라마는 짠한 남자 태석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야기 구조는 간단하다. 세밀한 감정선으로 몰입도 높은 이야기를 만든 ‘부활’, ‘마왕’, ‘상어’의 박찬홍 PD와 김지우 작가는 이번에도 인물들의 감정 변화에 집중하며 흡인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인물들이 처한 상황은 모두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가 됐고 시청자들은 한 명 한 명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드라마를 지켜봤다.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흐름이 끊기지 않는 중독성이 있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있는 이성민과 김지수의 연기 내공은 역시 강했다. 이성민은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에 놓여 있다가 알츠하이머 충격 진단을 받고 울부짖는 태석으로 완벽하게 변신해 시청자들을 설득시켰다. 김지수는 잠깐의 출연에도 영주의 혼동스러운 상황을 단 번에 설명했다. 두 배우의 얼굴에 집중한 화면 구도는 적절했다. 두 배우의 연기 향연만으로도 볼거리가 충분한 드라마인 셈이다. ‘기억’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는 드라마. 휴먼 드라마를 표방하는 만큼 묵직한 감동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앞으로 두 배우가 보여줄 연기에 대한 기대가 높다. / jmpy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