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다지만 지극히 현실적이고, 논란의 소지도 충분히 있지만 소녀들의 진심에 시청자들도 함께 눈물을 흘리게 된다. 이 잔인한 뭉클함이 어느새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다.
케이블채널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은 101명의 연습생들이 함께 시작해, 현재 35명만이 살아남았다. 매회 주어지는 미션과 순위를 위한 평가. '국민 프로듀서님 잘부탁드립니다'를 외치며 순위별로 선 소녀들은 '걸그룹 데뷔'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쉼 없이 경쟁하고 질주했다.
'프로듀스 101'이 처음 방송됐을 때 이 적나라한 순위 공개와 등급 평가를 혹독하고 잔인하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았다. 오로지 대중의 투표로만 이뤄진 득표수까지 공개하면서 순위에 맞는 번호가 쓰인 이름표를 달고, A부터 F까지 등급을 나눠 옷 색으로 구분하는 것은 다소 자극적일 수 있었지만, 사실 순위라는 것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꼭 필요한 체계이기도 하다.
트레이너들이 레벨이 낮은 연습생들에게 A등급을 외치며 다그치는 모습이 보기 좋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잔인하다고만 할 수도 없다. 실제 아이돌 데뷔를 꿈꾸는 연습생들에게 '프로듀스 101'의 시스템은 크게 잔인하거나 자극적이라고 욕할 수만은 없는 상황. 실제로 데뷔를 위한 시스템은 더 혹독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온전한 국민의 투표로 선정돼 매번 득표수까지 공개, 1등만이 왕좌에 앉는 게 크게 이상하지 않다. 결코 이슈를 위해서 자극적인 전개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미션마다 방출자가 결정되고, 순위 상승과 하락에 크게 동요하는 연습생들의 모습을 보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혹독함과 잔인함에 놀랄 때도 있다.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영화 '헝거게임'에 비유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사람을 죽여야 살 수 있는 영화의 내용을 비유한 별명. 엠넷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와 다양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론칭해왔기에 생긴 표현이기도 하다.
잔인하기는 하지만 확실히 감동도 있다. '프로듀스 101'의 경우 101명의 연습생들이 성장하는 모습, 꿈에 대한 절실함을 담아내고 있는데, 방법이 자극적이라고 하더라고 현실을 반영한 것이고, 또 35명으로 추려지면서 어째든 점점 성장하고 있는 연습생들의 모습이 담기고 있다.
또 이들 사이에서 만들어내는 뭉클한 반전의 드라마나 센터를 차지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동병상련의 끈끈함은 '프로듀스 101'을 계속 다시보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잘 안 맞춰지는 안무 때문에 팀에 피해가 갈까봐 울고, 무대가 끝난 후 함께했던 동료들을 생각하며 또 눈물을 흘리는 연습생들. 경쟁이지만 그 속에서 피어난 우정은 시청자들을 더욱 뭉클하게 만든다. /seon@osen.co.kr
[사진]엠넷 제공,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