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A씨는 종영한 드라마 B에 출연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는 방영이 시작되고 다음 달에 영화는 촬영이 종료된 뒤에 출연료가 입금된다. 그러나 매니저로부터 출연료가 입금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속이 탔다. 제작사는 전화를 받지 않고 직접 사무실을 찾아간 매니저에게 방송사에서 제작비를 입금하지 않았다는 말만 듣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A는 드라마 B를 찍기위해 거절했던 영화 시나리오들이 떠오르고 B에서 연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따로 과외를 받은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소송하고 싶어도 평판 때문에 할 수 없고 그저 기다리는 것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더욱 답답해졌다.
출연료 미지급은 연예계의 고질적인 병폐 중에 하나다. 지난 18일에도 QTV ‘영웅들’이 출연료가 미지급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KBS ‘감격시대’, MBC드라마넷 ‘태양의 도시’에 이어 매해 반복되는 문제다. 배우들을 보호하는 법적인 제도적인 장치 미비와 소극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배우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미지급된 출연료를 받는 과정을 알아봤다.
지난 18일 QTV ‘영웅들’을 제작한 모 제작사가 출연진들에게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관계자는 "드라마 촬영 때부터 문제가 많았다"며 "진행이 됐다 안됐다를 반복했다. 방송이 나간 뒤에도 아직 출연료가 지급되지 않고 있다. 제작사 측에 찾아 갔을 때도 방송사에서 제작비를 주지 않아서 돈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변명했다. 현재 손을 놓고 있다"라고 안타까운 사연을 밝혔다.
대부분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정당히 일한 대가를 받지 못해도 하소연 할 곳도 없이 속만 앓고 있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연기자노조 송창곤 사무처장은 OSEN에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현재 제작시스템이 고름이 찬 상태여서 그렇다”며 “방송사가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제작사를 선택하고 편성을 해야한다. 편성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방송사가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부실한 외주제작사에 의해서 배우들과 스태프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무엇보다 배우들은 이미지나 평판 때문에 소송을 쉽게 할 수도 없기에 연이은 밤샘 촬영, 촬영 중 부상 등의 상황에서도 참아 넘기는 경우가 많다”라고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고충을 전했다.
그렇다면 배우들이 민사소송을 통해서 제작비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일까.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배우가 이미지 손상을 감수하고 재판을 선택해도 출연료를 미지급한 제작사로부터 실질적으로 돈을 회수하기는 어렵다”며 “재판을 통해서 확실히 채권을 인정받을 수는 있지만, 제작사가 실질적으로 돈이 없어서 폐업하는 경우가 많기에 출연료를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배우들은 현재 법적인 해결도 제도적인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공은 다시 방송사에 돌아가게 됐다. 방송사는 편성권한을 가진 막강한 권한을 보유한 위치에서 계약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마음으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진] KBS 제공, MBC 드라마넷 제공, QTV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