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갓경규'다. 생방송 당시에도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한 이경규가 '마리텔'의 편집과 CG를 만나니 천하무적이다. 왜 그가 '예능대부'인지 다시 확인케 한 방송이었다.
이경규는 지난 19일 방송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에 첫 출연해 '눕방'(누워서 진행하는 방송)을 창시하며 전반전 1위를 차지했다. 반려견 뿌꾸가 낳은 새끼 6마리의 이름을 지어주는 네티즌에게 한 마리를 분양하겠다고 밝힌 이경규는 방송 내내 '휴머니즘',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했다.
이 '눕방'은 이경규의 자신감과 강아지를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경규는 사전 인터뷰에서 "후배들이 쓴 맛을 보고 돌아갔다"는 제작진의 말에 "위험한 장사가 많이 남는다. 이렇게 어렵고 남들이 단두대라 부르는 곳에 처참히 뛰어들어서 그것을 휘어잡고 나왔을 때 통쾌함이 있다"고 자신의 승리를 예견했다.
하지만 그는 곧 무참히 떠내려가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과감히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승부수를 띄웠다. '마리텔'이 탄생하고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콘텐츠라는 그의 호언장담은 완벽히 들어맞았다. 1981년에 데뷔해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예능계를 지켜온 대부임에도 불구하고 방송 트렌드에 맞게 변화를 시도할 줄 아는 이경규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야하다"는 네티즌의 말에 "나가 임마"라고 호통을 내지르면서도 계속해서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며 새끼들에게 젖을 주는 이경규에게서는 여유가 넘쳤다. 뭔가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것. 그러다 결국 이경규가 지쳐 눕자 네티즌들은 "시대를 앞서가는 방송", "휴머니즘은 눕방", "이젠 눕방의 시대" 등의 호응을 보냈다. 이경규 역시 "이게 진정 제가 원했던 방송"이라며 흡족해했다.
이 눕방은 네티즌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전반전 1위를 차지, 갓경규의 위엄을 알렸다. 이경규는 자신이 1위를 했다는 사실에 소리를 내질렀고, 이에 흥분한 반려견 두 마리가 흥분해 싸우면서 또 한 번 의도치 않은 웃음을 자아냈다. 작위적으로 뭔가를 많이 만들고 함께 하기를 강요하는 방송이 많아진 요즘, 강아지가 어미 젖을 빨고 꿈틀거리는 모습만으로도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신개념'이 따로 없다. 여기에 적절하게 편집을 하고 CG를 덧입힌 제작진의 센스 역시 빛을 발했다.
이경규는 최근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출연하는 곳마다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MBC '무한도전'과 KBS 2TV '나를 돌아봐'는 물론이고 이름만 등장한 '라디오스타'에서도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모든 예능은 이경규로 통하고 있다고 해도 될 정도의 활약상이다. 그리고 이번 '마리텔'까지 접수했다. 이렇게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그가 앞으로 남아 있는 후반부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지 궁금해진다. /parkjy@osen.co.kr
[사진] '마리텔'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