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무한도전’을 보는 듯하다. 최근 정형돈이 방송 활동을 중단하면서 다섯 명으로만 꾸려가고 있는 ‘무한도전’을 보며 항상 어딘가 허전한 감이 있었는데, 하차한 길이 등장하니 그 허전함이 어느 정도 사라진 듯했다.
‘그전 녀석’의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지만 하하는 길을 보며 ‘그전 녀석’이 아니라 길이라고 마음껏 불렀고 정준하는 길의 복귀에 눈물을 보였다. 정식 복귀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이들이 ‘무한도전’을 통해 뭉쳤다는 게 반갑기만 했다.
지난 19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는 정준하가 Mnet ‘쇼미더머니5’ 예선에 참가해 오디션을 보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이번 편은 방송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유는 길의 등장 때문이었다. 정준하가 미션으로 ‘쇼미더머니5’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긴 했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하차한 길이 과연 ‘무한도전’에 나올지, 그리고 길과 정준하의 만남이 이뤄질지 기대가 쏠렸다.
음주운전으로 ‘무한도전’에서 하차했던 길은 2년여의 자숙을 마치고 ‘쇼미더머니5’를 통해 복귀했다. 그간 ‘무한도전’ 복귀설이 꾸준히 있었지만 제작진과 멤버들은 신중한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만 내비쳤을 뿐 뚜렷하게 진행된 것이 없었다. 이에 ‘무한도전’에서 길의 등장은 팬들에게는 의미 있는 방송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정준하는 복도에서 길의 뒷모습을 봤다. 이름만 부르면 길이 돌아볼 거리였지만 공정성 논란이 생길까봐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는 2년 만에 복귀해 멋있게 무대에 오른 길을 보고는 눈물을 보였다. 하하도 길을 보며 이름을 불렀고 “오랜만에 부른다”며 박수를 치면서 응원했다. 정준하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코앞까지 다가온 길을 보고 우는 걸 들킬까봐 숨어서 눈물을 훔쳤다.
하하와 정준하에게 ‘무한도전’ 멤버였던 길과 같은 방송에 나온다는 게, 그리고 2년 만에 무사히 복귀한 길을 마주하는 상황이 벅찰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정준하와 길을 만남이 이뤄졌다. 큰 긴장 속에서 힘겹게 랩을 마친 정준하에게 길이 다가갔고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포옹했다. 두 사람의 투샷, 그리고 눈물이 그간의 아쉬움과 그리움을 모두 담고 있었다.
하하의 박수와 그동안 ‘무한도전’에서 언급할 수 없었던 길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는 그의 목소리, 정준하의 눈물. ‘무한도전’ 멤버들이 다 같이 함께 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하, 정준하, 길 세 명이 한 방송에 나왔다는 것만으로 ‘무한도전’ 팬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이제야 ‘무한도전’ 같은 방송이었다. /kangsj@osen.co.kr
[사진] MBC ‘무한도전’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