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런거야'의 김수현 작가가 그간 시청자들 사이에서 일었던 대가족과 관련된 논란거리들을 극 속에서 거론했다. '거장'다운 노련함이다.
지난 20일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 12회에서는 세현(조한선 분)과 유리(왕지혜 분)의 결혼 문제가 더욱 구체화됐다.
유리가 며느리감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혜경(김해숙 분)은 "우리집은 지금 젊은 이들에게는 몇 십년 전 옛날 가족들이 단체로 옮겨서 사는 것처럼 낯설고 이해 안 될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유리 역시 "세현 씨도 성가시고 불편할 때도 있다고 그랬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래 그런거야'는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는 방송 전부터 많은 시청자들에게 "현실성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1인, 2인 가족이 많아진 현재 이렇게 모두가 모여 사는 대가족이 어디 있느냐는 반응이다.
물론 극중 사람들 역시 모두 이를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혜경은 이 환경이 새 며느리에게는 버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가족들 역시 "요즘 애들 누가 시집살이를 한다고 그러냐", "2대와 3대는 너무 다르다", "이런 우리 집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대가족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세희(윤소이 분)는 "우리 집 이러면 애들 장가 못 보낸다"며 펄쩍 뛰었다. 결국 세희는 혜경에게 "우리 세대 지금 시부모와 같이 사는 애들 거의 없다. 시대 달라졌으면 어른들 사고도 달라져야지 우리보다 맞추라고 강요하면 안 된다. 그게 세대 갈등을 만든다. 엄마는 이러고 사는 게 진심 좋아? 할머니 철학 빛바랜지 오래다. 좌지우지 그만 하셔야 한다"라고 말했다.
혜경은 셋째 며느리였지만 시부모를 모시며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집안일을 하며 살았다. 이것이 딸 세희의 입장에서는 좋게만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 이 역시도 "요즘 어떤 며느리가 저렇게 사냐"며 지적을 받았던 부분. 하지만 혜경은 "세상이 변해서 할머니 쓸모 없는 분이냐? 죽지 못해 사는 거 같냐.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할 일이었다"며 화를 냈다. 또 자신을 노동의 여왕이라고 하는 세희에게 "내 자리에서 내 책임 다한 것을 노동이라는 말로 가볍게 매도하지 마라"며 나무랐다.
제사 문제 역시 가족들 입을 통해 거론됐다. 요즘 장남이 하는 일은 제사 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이는 지금의 40, 50대 역시 지긋지긋하다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조만간 제사가 없어질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김수현 작가는 이렇게 대가족을 통해 현재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전혀 다른 가치관을 녹여내며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는 곧 각 세대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번 데릴사위와 시집살이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parkjy@osen.co.kr
[사진] '그래 그런거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