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천우희가 올 봄 각기 다른 두 개의 영화를 선보인다. 그가 여풍이 시들시들한 극장가를 '하드 캐리'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있다. 천우희는 국내 영화계에서 몇 년 사이 가장 무섭고 치고 올라오는 여배우다. 영화 '써니'에서 '약에 취한 듯한' 연기를 보여주며 유망주로 떠오른 이후 2014년 '한공주'를 통해 여배우로서 빛을 보게 됐다.
영화 속에서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를 조용히 읊조리던 그가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펑펑 우는 모습을 보고 대중을 비롯해 배우들 중에서도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후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 남자주인공 중 한 명(?)으로 출연해 한효주와 '키스'를 하며 또 다른 모습을 기대케 한 천우희는 올 봄 그간 준비해놓은 두 편의 영화로 관객들을 마주한다. 해당 작품은 '해어화'와 '곡성'.
내달 개봉하는 '해어화'는 '말을 이해하는 꽃'이란 뜻으로 1943년 비운의 시대, 가수를 꿈꿨던 마지막 기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 실제 절친인 한효주와 천우희는 극 중 라이벌로 등장한다. 한효주가 부정할 수 없는 영화계 원톱 여제라면 천우희는 실제로 그 옆에서 위협적일 만큼 반짝이기 시작하는 별이다. 두 사람은 2013년, 2014년 연이어 청룡영화상의 꽃이 됐던 바다.
또 다른 작품은 5월 개봉 예정인 '곡성'이다. 나홍진 감독의 차기작으로 배우 곽도원, 황정민이 출연하는 '곡성'은 철저한 남자영화임에도 신기하게 '천우희를 보고 영화에 흥미를 느낀다'란 반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실 천우희는 묘하게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낼 줄 아는데 영화 '손님'에서의 그 강렬한 존재감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곡성'은 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연쇄 사건 속 소문과 실체를 알 수 없는 사건에 맞닥뜨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무서운 영화'라고 불리며 누가 캐릭터를 연기하게 될 지 비상한 관심을 모았는데 천우희는 극 중 홍일점 자리를 꿰찼다.
숲 속에 숨어서 무언가 뚫어지게 응시하는 사건의 목격자 무명(천우희)의 포스터에서 천우희의 미묘한 표정은 가히 압도적이다.
주인공의 친구를 넘어 주목할 만한 새로운 여배우, 어느 새 믿음이 가는 연기자가 된 천우희가 어디까지 올라갈 지 지켜보는 것도 관객의 재미가 될 전망이다. / nyc@osen.co.kr
[사진] '해어와' 스틸, '곡성'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