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달수가 개가 됐다. 윤제문은 설경구+송강호+최민식을 섞었다. 이경영은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박찬욱 감독으로 완벽 변신했다. '대배우' 셋이 뭉쳐 진짜 '대배우' 영화를 완성했다. 웃음과 재미, 감동과 메시지는 두말 하면 잔소리다.
21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대배우'의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석민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오달수가 첫 주연에 도전한 이 작품은 취재진 및 관계자들에게 이날 처음 오픈됐다. 배우들 역시 완성본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됐다.
'대배우'는 대학로 무명 연극배우로 20년을 보낸 장성필을 주인공으로 한 휴먼 공감 코미디다. 아동극 '플란다스의 개'에서 인간이 아닌 파트라슈 개를 연기하는 장성필은 신인 시절 극단에서 함께 생활한 (지금은 톱스타인)설강식을 우연히 만나 영화판에 도전한다.
그가 눈물 콧물 다 쏟으며 오디션에 매달린 작품은 깐느박의 새 영화 '악마의 피'. 우여곡절 끝에 설강식의 도움을 받아 깐느박 앞에 선 장성필은 일생일대의 메소드 연기를 펼치며 배역을 따낸다. 이 과정에서 대학로 연극계와 충무로 영화계의 현실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13편의 천만 관객 작품 중 오달수의 이름이 포함된 건 무려 7편이나 된다. 누적 관객 수 1억 배우 타이틀을 얻은 오달수다. '천만 요정'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배우인 게 분명한 셈. 실제 자신의 과거 무명 연극배우 시절을 떠올리며 오달수는 장성필로 완벽하게 분했다.
윤제문 역시 신인 때 오달수와 연극 극단에서 동고동락했다. 자신의 이야기와 꼭 닮은 시나리오에 반해 '대배우'를 선택했다고. 덕분에 초반 악역처럼 보이던 설강식을 따뜻한 선배로 다양하게 그려낸 윤제문이다. 반전 전개의 키도 그가 쥐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맡은 설강식이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인물이라는 게 흥미롭다.
이경영이 등장하는 순간 관객들은 탄성을 자아낼 게 분명하다. 박찬욱 감독과 헤어스타일, 표정, 말투, 행동이 매우 흡사하게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따라한 게 아니라지만 분명 그가 연기한 캐릭터 완성도는 높다. 코믹하면서 섬세한 연기가 극을 채우는 재미 요소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 박찬욱 감독 밑에서 조감독을 거친 석민우 감독은 이번 '대배우'를 통해 첫 장편 연출작을 완성했다. 배우들 및 스태프와 소통하는 호흡으로 유쾌하면서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슬픈 대학로의 현실을 마냥 슬프지만은 않게 그린 센스가 돋보인다.
'대배우'를 보는 보너스 재미는 막강한 카메오 라인업에 있다. 석민우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서부터 카메오 출연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 작품이 배우들의 이야기이자 영화 현장을 허심탄회하게 담은 이유에서다. 덕분에 김명민, 유지태, 이준익 감독 등을 비롯한 뜻밖의 카메오들이 곳곳에서 등장하니 관객들에게는 깜짝 선물로 남을 듯하다.
진짜 배우들이 만든 진짜 영화 '대배우'다. 오달수가 '천만 요정' 타이틀을 이어갈 수 있을지, 윤제문-이경영의 믿고 보는 연기력이 관객들을 어떻게 사로잡을지 뚜껑은 오는 30일 열린다. /comet568@osen.co.kr
[사진] OSEN DB, 영화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