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괜히 마음을 울리던 게 아니다. Mnet ‘프로듀스 101’의 김세정이 마음을 꾹꾹 눌러담아 한 글자 한 글자 내뱉던 ‘양화대교’에서 말이다. 어쩐지 엄마를 부르는 김세정의 노래가 눈시울을 핑 돌게 한다고 했다. 어린 나이지만, 풍부하게 감성을 담으며 노래할 줄 아는 ‘진짜 가수’였다.
늘 해맑게 웃고 있어서 몰랐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웃음 짓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보다는 남을 챙기고 있어서 힘들었을 거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어떻게 그렇게 밝게 자랐나 했더니 18살에 이미 완성된 마음씨였다. 알수록 진국이다.
한정된 방송 분량 속에서도 공개되지 않았던 글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마음을 울렸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김세정이 고등학교 2학년일 당시 교내편지대회에서 1등을 한 글이 게재된 것. 방송에서 어머니를 향해 꽃길만 걷게 해 드리겠다던 예쁜 마음씨가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글이었다.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엄마에게 미안해하지 말라는 글로 시작했다. 김세정은 “어렸을 때 징징거리고 너무 울어서 혼이 많이 났던 세정이가 벌써 이렇게 컸어요”라며 “항상 미안해하시는 엄마, 이젠 그만 미안해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요. 항상 입에 달고 사시는 ‘엄마가 미안해’라는 말은 제가 엄마께 더욱 불효를 저지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져요”라고 말했다.
또 가난한 가정형편에도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얻은 것이 많다고 말하는 효녀였다. “저희가 가난한 건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이겨낼 수 있는 거잖아요. 가난해서 얻은 것도 많고요. 절제하는 법도 배웠고 남들처럼 철없는 말도 자주 안하고 생각도 조금 더 성숙한 것 같아서 전 되레 감사해요”라며 “우리가 돈이 넘쳐서 펑펑 쓴다면 남들보다 깊은 가족애가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한 적이 많아요. 저희가 다른 가족보다 서로의 사랑을 더 말로 표현하고 행동으로 직접 하는 이유는 이런데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라고 말이다.
이 글 속에서 김세정은 진심으로 가족들을 생각하고 주어진 환경에도 씩씩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엄마에게 꽃길만 걷게 해주겠다’는 말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래를 불렀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 길은 함께 걷겠다는 말이 더욱 눈시울을 붉혔다. 진심으로 꾹꾹 눌러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에는 “예전에 제가 편지 밑에 썼던 거 기억해요? 짐을 실어 오시느라 힘드셨던 엄마께 저는 바퀴를 달아드릴 거라, 돈 주고 ‘됐나요?’가 아닌 같이 인생을 굴러가는 바퀴가 되어드리겠다고 했었잖아요”라고 적혀 있던 것.
누군가는 사춘기였을 나이인 18살이었다. 나이보다 성숙한 마음과 더불어 “우리 가족의 엄마가 지금 제 엄마라서 항상 감사하다”고 말할 줄도 아는 사랑스러운 딸이었다. 1화부터 출중한 실력으로 ‘갓세정’ 칭호를 얻기 시작한 김세정이었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인성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연습생들은 경쟁자가 아닌 함께 나아가는 친구들이었던 건 당연했다. 이런 완성된 인성이라면 그의 가수 인생은 앞으로 ‘꽃길’이 될 것이 분명하다. / besodam@osen.co.kr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프로듀스 101' 캡처, Mne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