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시터와 바람난 남편,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는 아내가 벌이는 치정극. KBS2 월화극 ‘베이비시터’(극본 최효비, 연출 김용수)는 통속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도덕적으로도 제어할 수 없는 가슴 속 욕망 때문에 혼란에 빠진 남녀의 불안한 내면에 집중하는 것이다.
부잣집 5대 독자인 유상원(김민준 분)은 아내 천은주(조여정 분)와 금실 좋은 부부로 소문 나 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쌍둥이를 돌볼 베이비시터 장석류(신윤주 분)가 들어오면서 이들 부부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베이비시터’의 카메라는 남편을 잃은 은주의 무기력한 모습과 바람난 남편, 석류의 격렬한 외도 장면을 번갈아 보여주며 현실과 욕망의 부조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아내의 집착과 살의, 부부의 갈등을 극명하게 전달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가정의 평화를 지키던 은주가 상원이 석류와 불륜에 빠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절망에 빠지는 비애를 섬세하게 묘사해 몰입도를 높였다.
지난 21일 방송된 ‘베이비시터’ 3회에서 은주는 상원과 석류의 불륜을 완벽하게 포착하고 폭로했지만, 시부모님의 계략으로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 과정이 그려졌다. 자선경매파티에 참석한 은주가 사람들에게 남편의 불륜을 밝히며 창피함을 안겨줬는데, 체면을 중요하게 여긴 시어머니(길해연 분)는 그녀를 미친 사람 취급해 정신병원에 보냈다.
이 드라마는 조여정, 이승준, 길해연, 김상호 등 배우들의 힘을 입증하는 드라마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자의 배역에 맞는 우울함과 침통함을 표정 하나만으로도 잘 드러냈다. 특히 조여정은 술에 취해 남편의 불륜을 털어놓는 장면에서 대담한 연기를 펼쳤다.
이날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은주가 시어머니에게 칼을 휘두르고 정신병원에 갇혀 제 정신이 아닌 듯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는 장면.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졌든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향후 남편과 석류에게 잔인한 복수를 벌일 것이라는 사실을 예감케 했다.
조여정이 묻는다. 당신의 남편이 불륜에 빠졌다면 과연 당신은 어떤 대댄한 일을 감행할 것인지를./ purplish@osen.co.kr
[사진] ‘베이비시터’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