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율이 느껴지는 엔딩이다. 종영이 하루 남은 상황에서 드디어 ‘육룡이 나르샤’ 윤균상의 각성이 이뤄졌다. 유아인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동시에 ‘뿌리 깊은 나무’의 조진웅이 떠오르는 모습에 오래도록 그의 엔딩을 기다린 보람을 느꼈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에서는 부패한 고려를 없애고 조선 건국에 힘쓴 여섯 인물을 용에 비유해 그리고 있다. 그래서 첫 번째 용이었던 이성계(천호진 분)를 시작으로 정도전(김명민 분), 이방원(유아인 분), 이방지(변요한 분), 분이(신세경 분)까지 차례로 ‘각성’하는 엔딩을 장식했다. 화면에 이를 나타내는 붓글씨가 새겨질 때면 전율이 흐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유독 각성하지 않은 인물이 있었다. 바로 무휼(윤균상 분). 그의 엔딩만을 기다리던 시청자들은 드디어 지난 21일 방송된 49회분을 통해 여섯 번째 용으로 각성하는 무휼의 모습을 보게 됐다. 암살의 위협에 시달리는 이방원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동시에 그는 훗날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 이도(송중기, 한석규 분)를 지키는 인물(조진웅 분)이 된다.
“무사 무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명을 수행하겠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들었던 대사였다. 윤균상의 외침은 조진웅을 떠올리게 하는 기개가 느껴졌다. 이방지, 길선미(박혁권 분), 척사광(한예리 분)이 모두 이방원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드디어 이를 모두 무찌를 조선제일검 무휼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육룡이 나르샤’는 지금까지 수많은 명장면을 주로 엔딩에서 선보여왔다. 그래서 더더욱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했다. 여섯 번째 용까지 용들의 각성도 그렇지만, 정도전의 죽음 등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레전드 엔딩들을 만들어온 것.
끝까지 집중을 놓치지 않게 하는 완성도 높은 콘텐츠가 지상파 드라마의 자존심을 톡톡히 지켜왔다. 이는 50부작이라는 긴 호흡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퀄리티였다. 그래서 49회까지 무휼의 엔딩이 그려지지 않았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또 한 번의 레전드를 그려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믿음 그대로 무사 무휼의 엔딩은 더할 나위 없었다. / besodam@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