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피하는 방법은 없었을까. 오랜만에 배우로서 국내 브라운관에 야심차게 컴백한 비(정지훈)가 ‘태양의 후예’의 인기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출연 중인 SBS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에 대한 호평도 많고, 비의 물오른 연기에 대한 극찬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시청률은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17일 방송은 시청률이 4%(전국기준, 닐슨코리아 제공)까지 떨어졌다. 이해준(정지훈 분)이 극중 저승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신다혜(이민정 분)에게 같이 살자고 고백하는 결정적인 장면이 전파를 탔음에도 시청률은 미동도 없었다.
'돌아와요 아저씨'는 아사다 지로의 '츠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을 원작으로 해, 두 저승 동창생들의 좌충우돌 이승 귀환기를 그려낸 휴먼 판타지 코믹 드라마. 원작의 인기와 비, 이민정, 이하늬, 오연서 등 쟁쟁한 스타들의 출연으로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그런데 동시간대에 너무나도 강력한 적을 만났다. KBS2TV 수목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해가며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중. 이에 시청자를 뺐긴 ‘돌아와요 아저씨’는 상대적으로 추락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 작품이 졸작이 아니라는 것. 흥미진진하고 탄탄한 스토리에 배우들의 포텐 터지는 열연이 펼쳐지고 있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한 비는 특유의 능글맞은 코믹 연기와 보는 이도 오열케 하는 감정 연기로 맹활약 중이고, 오연서 역시 그간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코믹연기로 놀라움까지 자아내고 있다.
특히 비는 ‘인생 연기’를 펼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영정 사진을 보며 오열하고, 자신을 잊지 못하는 가족들 때문에 눈물짓는 등 섬세한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시울까지 붉히게 만들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코믹한 표정과 몸짓으로 웃음을 더했다. 모든 것이 애드리브 같은 말투와 대사 소화 능력도 능청맞게 탁월하다.
비와 오연서의 ‘케미’ 역시 훌륭하다. 훤칠한 ‘기럭지’에 준수한 외모의 두 사람은 완벽에 가까운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는데, 여기에 말도 안 되는 코믹 호흡으로 웃음까지 더해낸다. 첫 선보이는 오연서의 코믹연기에는 ‘여자 김수로’라는 별명이 붙여졌을 정도. 두 사람 모두 연기에 물이 올랐다. 이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슬랩스틱과 망가짐도 불사하는 털털함으로 보는 즐거움을 더해내고 있다.
여기에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스토리라인 역시 시청자들의 흥미를 돋운다. 완성도로 따지면 태양의 후예 못지않게 탄탄함을 자랑한다. 극이 중후반으로 흘러가며 결정적인 장면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배우들의 연기에도 좀처럼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들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시청률은 간신히 4%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니 안타까울 수밖에. 비가 ‘태양’을 피했더라면 어땠을까. 안타까운 가정을 해보게 만드는 시점이다./joonamana@osen.co.kr
[사진] 방송화면 캡처,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