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스나이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이 23일 밤 12시 국내 개봉한다. '사상 최고의 대결'이란 수식어가 붙은 이 영화의 중심은 아무래도 슈퍼맨보다는 배트맨일 것이다. 이 시점에서 역사 속에 자취를 감춘 '비운의 배트맨'을 떠올려보는 것도 팬들에게는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팀 버튼의 음울한 광채가 나는 고딕 양식의 영화에서 조엘 슈마허의 상업적인 프랜차이즈(가족 친화적이고 장난감 판매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로 넘어가는 것은 제작사 워너브라더스가 원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조엘 슈마허의 '배트맨'은 배트맨 무비의 흑역사로 불리게 된다. 그가 준비하고 있던 또 다른 배트맨 영화는 결국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
1997년 '배트맨과 로빈'이 개봉하기 전 워너브라더스는 조엘 슈마허가 다음 편 역시 연출해주기를 바랐다. 각본은 '더 셀'의 마크 프로토세비치그가 맡았는데, 해당 작품은 '배트맨 트라이엄펀트(Batman Triumphant)'란 이름으로 불렸다.
조엘 슈마허 역시 영화의 실패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조지 클루니, 크리스 오도넬 콤비가 배트맨-로빈 으로 또 다시 등장할 예정이었고, 공포 가스를 분사하는 스케어크로(허수아비)를 새로운 메인 빌런으로 내세울 계획이었다. 스케어크로는 '배트맨 비긴즈'에서 킬리언 머피가 분했던 역할이다. 조커의 딸로 설정된 할리 퀸 역시 등장을 예고했다.
하지만 '배트맨과 로빈'이 예상과 다르게 실패했다. '배트맨과 로빈'은 '최고의 망작'이란 수치스런 오명 속에 작품성 뿐 아니라 흥행에서도 쓴맛을 봤다. '배트맨 2'의 나쁜 흥행 실적으로 팀 버튼 대신 조엘 슈마허를 내세운 워너브라더스는 다시한 번 조엘 슈마허를 내팽겨쳤다. 조엘 슈마허의 '배트맨'은 그렇게 더 이상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조엘 슈마허는 "난 절대로 여름 블록버스터 감독이 되고 싶지 않았다(흥행에 연연하지 않았다는 소리로 비춰진다). 하지만 특별히 '배트맨과 로빈'은 흥해 성적이 다른 영화보다 중요했다. 나는 다시 영화 감독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블록버스터 감독'이 아닌"이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또 "난 한 편을 더 하고 싶었지만 기다림이 필요했다"라며 "'배트맨'을 가족 영화로 만드느라 '배트맨'의 오랜 팬들을 실망시켰다고 스스로 느꼈다. 당시 많은 부모들에게 '이 영화를 아이들과 같이 보러 가도 되냐'는 질문을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난 원작 팬들에게 잘못한 것"이라고 전했다.
"난 훨씬 값싼 제작비로 한 편 더 만들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프로듀서들에게 통하지 않았다"라고도 말했다.
'배트맨 트라이엄펀트'의 큰 주제는 브루스 웨인(배트맨)의 박쥐에 대한 두려움으로, 영화의 마지막에 웨인은 발리로 날라가 박쥐로 가득찬 동굴을 발견하고 스케어크로로 인해 역으로 두려움을 극복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 nyc@osen.co.kr
[사진] '배트맨과 로빈'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