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욕심이 과했고 지나친 욕심은 독이 됐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 왕십리 CGV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영화 '배트맨V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V슈퍼맨')'은 배트맨과 슈퍼맨이라는 두 히어로의 싸움을 설득하기 위해 너무 많은 이야기를 깔아놓으며 151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지치게 만들었다.
'배트맨V슈퍼맨'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을 다룬 작품. 때문에 슈퍼 히어로를 대변하는 배트맨과 슈퍼맨이 왜 싸우는지가 영화의 가장 큰 포인트 중 하나이다. 이 점이 설득되어야 영화에 재미도 따라오는 법.
연출을 맡은 잭 스나이더 감독 역시 이 점을 강조했다. "영화를 보면 알게 되실 것"이라며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두 히어로의 대결에 명분이 있음을 주장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배트맨V슈퍼맨'은 설득을 위해 너무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오히려 설득에 실패한 모양새이다.
우선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두 히어로의 대결은 '악함과 선함'에 대한 생각에서 오는 차이 때문이다. 배트맨은 슈퍼맨이 조드 장군과의 결투에서 메트로폴리스가 폐허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언젠가는 슈퍼맨이 악당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고담 시티에서 선한 사람이 몇이나 남았냐"라는 배트맨의 대사는 착한 사람도 결국 악당으로 변할 수 있다는 배트맨의 생각을 보여준다.
슈퍼맨 역시 마찬가지. 범죄자를 소탕한다면서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배트맨의 모습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때문에 두 히어로는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배트맨의 부모님, 슈퍼맨과 그의 여자친구 로이스 레인(에이미 아담스 분), 위협적인 악당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 분) 등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하면서 배트맨과 슈퍼맨 대결의 명분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수시로 등장하는 배트맨, 즉 브루스 웨인(벤 애플렉 분) 부모님 살해 장면, 강한 힘을 갖고자 하는 렉스 루터의 모습 등은 하나의 길로 달려가는 '배트맨V슈퍼맨'의 몰입도를 방해한다. 게다가 이 분량이 러닝타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도 문제다. 설득시키려다가 지루함을 안겨버리고 말았다.
히어로 무비답게 액션신은 불 만하다. 마블에 내줬던 DC 코믹스의 부활을 꿈꾸는 시작점에 서있는 만큼 화끈한 액션 장면들은 히어로 무비를 사랑하는 이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꽤나 지친 상태로 액션 장면을 마주해야한다. 욕심을 덜 부렸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 trio88@osen.co.kr
[사진] '배트맨V슈퍼맨'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