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이 조선의 왕위에 올라, 두려움과 외로움 속에 희망의 씨앗을 남겼다.
22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결국 형에게 선위를 받아, 3번째 조선왕 태종대왕에 즉위하는 이방원(유아인 분)의 모습이 속도감 있게 그려졌다. 앞서 반란을 도모한 이방간도 제압하고, 권력을 모조리 잡은 이방원은 이후 외척의 힘까지 견제했다.
외로운 싸움이었다. 이방원은 스승인 정도전(김명민)을 제거했고, 아버지 이성계(천호진)의 뜻도 거슬렀다. 형제간 살육도 마다하지 않고 거머쥔 왕위, 그리고 곁을 지킬 것이라 여겼던 무휼(윤균상)과 분이(신세경)도 자신의 곁을 떠났다.
그래도 희망은 남았다. 아들 이도가 영특함을 보이며, 정도전과 분이의 모습을 연상케 한 것. 이후 세월이 흘러 이도는 결국 세종대왕이 됐고, 한글을 만들었다. '뿌리깊은 나무'의 프리퀄로 시작된 '육룡이 나르샤'는 이렇게 엔딩에서 다시 '뿌리깊은 나무'로 이어졌다. 조선제일검 무휼은 이방원의 부탁으로 세종의 곁을 지키는 호위무사가 됐다.
또한 분이는 노인이 되어 섬에서 나와, 세종이 만들어낸 한글을 보고 기뻐했다. 앞서 정도전도 결코 이뤄내지 못한 결과를 보고 정도전의 묘앞에 기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잠든 듯 숨을 거뒀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앞서 분이를 찾아 섬을 갔던 이방원과 분이가 만났던 장면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두 사람은 가로수길을 걸으며 마지막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사랑을 속삭이지 않았지만, 서로의 외로움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온정이 전해졌다. 이후 이방원은 분이를 위해 왜구토벌을 지시했다.
어차피 역시가 스포였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역사로 한자락으로 그 끝을 맺지 않고 창조된 인물이었던 분이와 이방원이 만들어낸 과하지 않은 애틋함으로 끝난 '육룡이 나르샤'는 마지막까지 완성도가 높았다. / gato@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