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랬다. '또 이방원이냐', '또 조선 건국 이야기냐'고. 6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50회의 이야기를 보내고 나니 이제는 이렇게 힘주어 말한다. '또 이방원? 아니 유아인, 유아인의 이방원'이라고.
유아인은 이방원이었고, 이방원은 유아인이었다. 역사 속에서 혈육까지 살해한 잔혹무도한 인물로 종종 그려지곤 했던 이방원은 유아인을 통해 열정 넘치는 청년으로 그리고 철두철미하고 냉철한 왕으로 순차적으로 그려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낭만도 한껏 묻어났다. 역사 속의 인물 이방원, 이성계(천호진), 정도전(김명민)은 작가에 의해 창조된 인물 무휼(윤균상), 분이(신세경), 이방지(변요한)과 한데 어우러지며 6마리의 용으로 날았다.
유아인의 이방원은 색달랐다. 역사에 이미 나왔던 장면인데도, 왠지 그가 연기하니 더 다르게 다가왔다. 소름 돋는 명장면이 한 두개가 아니다. 분이에게 고백하는 모습, 홍인방(전노민)과 맞서는 모습, 또 화약을 들고 해동갑족에게 연명서를 강요하는 장면 등은 매번 다양한 색깔의 이방원을 만들어냈다.
특히 정몽주(김의성)의 목숨을 잔인하게 거뒀던 선죽교의 비극, 두문동에 불화살을 쏘게 하는 모습 등 후반부로 갈수록 이전의 순수한 모습이 사라지고, 핏빛으로 물들며 '킬방원'으로 각정하면서 한없이 외로워지는 이방원의 모습은 압권이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주변인을 통해 과거 자신의 모습을 놓치 않으려는 것 역시도 못내 뭉클케 했다.
1회가 시작될 때 50회의 결말은 이미 나온 거나 다름 없었다. 이방원이 결국 조선의 3번째 왕이 되고, 그의 아들 이도가 세종대왕이 되는 것. '육룡이 나르샤'가 당초 '뿌리 깊은 나무'의 프리퀄로 시작했던 만큼, 마지막회는 자연스럽게 '뿌리 깊은 나무'와 이어졌다.
사실 이성계나 정도전 중심이 아닌, 이방원 중심의 역사 전개도 분명 새로웠다. 더욱이 어느새 이방원의 편을 들어 응원하는 시청자는 신선했고, 결단을 내리기 위해 고뇌를 거듭하는 이방원의 모습에 쉬이 설득이 됐다. 한동안 유아인이 만들어낸 이방원보다, 더 나은 이방원을 만나게 될 날이 오긴 할까. / gat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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