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남자와 소년 그 사이 어딘가. 올해로 37살을 맞은 배우 진구를 소개하기에 가장 적절한 말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소년다운 천진함도, 상남자다운 카리스마도 갖춘 넓은 매력 스펙트럼을 가졌다는 점을 증명했다.
“진구 선배님은 소년 같아요. 사실 뵙기 전에는 무뚝뚝하고 말씀 없고, 무서울 줄 알았는데 개구진 모습들이 있더라고요. 촬영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네가 오란씨구나'라면서 굉장히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현재 KBS 2TV ‘태양의 후예’에서 일명 ‘구원커플’이라는 애칭으로 진구와 애절한 멜로를 그리고 있는 김지원의 진구에 대한 평가다. 강단 있는 외모와는 달리, 주변 사람들에게 가끔 내비치는 천진한 모습이 진구가 가진 ‘반전’이다. 사실 이는 배우 본인 역시 인정한 사실.
“여린 감성도 분명히 있고, 드라마 보면서 잘 울기도 해요. 드라마나 영화 속처럼 세거나 사람 때리고 그러지는 않아요(웃음). 예전에는 남성 팬들이 훨씬 많았는데 이번에 여성 팬 늘어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새 출발하는 느낌이랄까. 근데 남성 팬 분들만 있었을 때는 가리는 것도 별로 없고 털털하게 잘 살았던 것 같은데, 이젠 외모에도 신경 써야하고 그런 게 피곤하긴 한데 좋은 변화인 것 같아요.”
사실 배우 본인의 성격과는 상관없이 서대영은 진구의, 진구를 위한, 진구에 의한 캐릭터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만큼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이쯤 되니 이 역시 영리한 ‘태양의 후예’ 측이 미리 예상했던 결과가 아닐지 그의 캐스팅 비화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저도 모르게 뜬금없이 그렇게 됐어요. 제가 합류하기 6개월 전에 어느 정도 캐스팅이 확정돼있었다고 들었거든요. ‘태양의 후예’ 제작사인 바른손 서우식 대표님이랑은 개인적으로 친해서 만나면 ‘친한데 왜 안 넣어주냐’고 하기도 했었어요. 시놉시스를 봤는데 군인과 의사의 사랑 이야기라는 점과 김은숙 작가님의 글이 너무 좋아서. 근데 제 자리는 없다고 해서 ‘응원이나 가야겠다’ 했는데 뜬금없이 제가 됐다고 전화가 와서 거짓말인 줄 알았죠.”
설정 자체로도 멋있는 서대영 캐릭터지만, 그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은 사랑하는 연인 윤명주(김지원 분)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다. 사령관의 딸이자 군의장교인 윤명주와 검정고시 출신 상사의 만남이라니, 실제로도 넘기 어려운 벽이다.
“제가 사령관님의 딸을 사랑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그 입장이면 저도 서대영처럼 할 것 같아요. 설사 사령관님이 ‘우리 딸 만나지 마’라고 해서 정말 안 만나는 건 아니지 않나요? 실제로도 그런 부분이 비슷할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지켜줘야 할 선은 지키면서 아파할 땐 아파하고, 달려들 땐 달려들고.”
이처럼 서대영을 향한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실감하기 위해 진구가 택한 방법은 바로 SNS. 나날이 늘어가는 좋아요 수와 팔로워를 보며 신난다는 그의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올인’ 이후 그만큼의 임팩트를 남긴 작품이 없었기 때문.
“‘올인’이 하도 오래 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신났던 것 같아요. 이쪽 세계 발을 들여서 처음 찍은 작품이 인기를 얻어서 이 바닥을 우습게 알았기도 하고, 그때 ‘쭉 잘 되는 건 없구나. 거품이라는 게 있구나’라는 걸 배웠죠. 이번에는 내공 같은 게 생겼다고 해야 할까. 그때보다 뜨거운 건 알겠는데 안 휘둘리려고 마인드 컨트롤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얻은 것이 있으면, 잃은 것도 있다고 했던가. ‘태양의 후예’를 통해 얻은 것이 워낙 큰 만큼 진구가 잃은 것 역시 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진구는 반전의 소유자였다. 잃은 것으로 고작 운동복을 꼽았기 때문이다.
“제가 ‘태양의 후예’를 통해 얻은 건 관심과 사랑, 잃은 건 슈퍼 갈 때 입었던 추리닝 바지와 슬리퍼인 것 같아요. 몇 년을 그렇게 살았을 때는 한 번도 안 그러다가 요즘에는 다 사진을 찍으시니까. 대놓고 ‘이 사람 그 사람이잖아. 생각보다 별로네’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 분들에게 별로이지 않으려고 신경 쓰려고 하죠. 가능한 한 바깥출입을 자제하고(웃음).”
오랜 기간 히트작 없이 달려온 탓인지 진구는 인기에 대해서도 기뻐하면서도 무던했고, 들떠하면서도 겸손했다. 이는 후배 송중기를 이야기 할 때 여실히 드러났다. 송중기 혹은 ‘송송커플(송중기+송혜교)’를 향해 집중되는 스포트라이트가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송송커플이 객관적으로 봐도 분량도 많고, 처음부터 스타였던 애들이 예쁘게 찍어놓은 거니까 걔네를 이기면 저희가 반칙하는 거라고 봐요. 그리스에서 30일 내내 촬영할 동안 저희는 10일 촬영이었거든요. 그 중 20일은 항상 송송커플 약 올리러가고. 그래서 저희가 이기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따로 촬영을 해서 그렇게 달달하고 멋있는 장면인 걸 체감 못하고 있었는데 방송 보니까 신드롬일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멋있고 달달하고 그런 걸 멋지게 소화하는 후배 송중기가 멋있고 부럽죠.”
마지막으로 진구는 앞으로 지금보다 훨씬 빠르고 스펙터클한 에피소드가 남아있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구원 커플’의 분량이 많아지고 캐릭터들의 감정도 깊어지며 더욱 재밌을 거라는 것. 아무래도 마지막까지 멋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대영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다면 모두가 입 모아 얘기하는 ‘인생작’이라는 표현에 대한 진구의 생각은 어떨까.
“모든 작품이 인생작이죠. 인생작 얘기를 많이 듣다가 생각을 해보니까 ‘올인’이 생각났어요. 제 인생 첫 작품이고 부모님 같은 작품이죠. 태어나야 잘 되든 할 거 아닌가요. 항상 처음하고 마지막이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 ‘태양의 후예’도 누를 무언가가 나타날 것 같고. 끝은 모르는 거니까 처음은 알아도.” / jsy901104@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