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이 드디어 베일을 벗은 가운데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고 있다. 그래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를 꼽자면 메타휴먼 원더우먼과 빌런 렉스 루터인데, 그래도 '다크나이트'에서 히스 레저가 분한 조커 캐릭터를 뛰어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2일(한국시간) 언론시사회를 통해 국내에서도 뚜껑을 연 잭 스나이더 감독의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메인 빌런은 기업가 렉스 루터다. 렉스 루터는 브루스 웨인(배트맨)과 '억만장자 고아'라는 공통점을 지니는데 둘 다 강한 힘에 대한 목표가 있다는 점 역시 같다. 그러나 브루스 웨인이 본질적으로 선을 추구한다면, 렉스 루터는 뼛속부터 사이코 기질이 가득한 인물이다.
렉스 루터는 '진정 선하다면 강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고 '인간'인 본인은 스스로 강력한 힘을 소유할 수 있지만, 슈퍼맨은 외계에서 온 끔찍한 침입자이기 때문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자신의 의견에 반하거나 부정하는 사람들을 가차없이 제거하고자 하는 파괴적인 성향을 지녔다.
역대 배트맨에 대적하는 악당들이 대부분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였지만, 렉스 루터는 보다 현대적으로 지능적이다. 또 악랄한 말장난과 농담으로 교묘하게 사람들을 현혹하고 모독하는데, 현대 심리학적 관점으로는 자기애적 소시오패스로 여겨진다.
그러나 슈퍼히어로물의 악당은 히어로와 투톱이라고 할 만큼 강한 주인공이다. 마치 셜록 홈즈와 괴도 루팡처럼, 막상막하 팽팽한 대결을 슈퍼히어로물의 필수 조건이다. 이런 점에서 악당의 매력도는 슈퍼히어로물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배우 제시 아이젠버그는 외향과 내면 모두 모던한 악당으로 그 젊고 톡톡튀는 매력을 십분 발휘한다. 말투, 표정, 옷차림 등에서 스며나오는 렉스 루터의 기이한 정신병적 차분함이 제스 아이젠버그의 개성에 녹아들었다.
새롭게 등장한 빌런인 렉스 루터는 한 마디로 '요즘 사람'이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신화적인 아우라는 부족하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클래식한 배트맨에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하는데, 여기에는 이미 히스 레저의 조커라는 너무나 세고 매력적인 악당에 현혹된 적이 있는 관객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 nyc@osen.co.kr
[사진] '배트맨 대 슈퍼맨'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