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가 지난 22일 50회 대장정을 마무리 지었다. 이방원(유아인 분)을 중심으로 한 육룡의 조선 건국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육룡이 나르샤'는 방송 내내 월화극 1위 자리를 고수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마지막회 시청률은 17.3%(닐슨/전국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이다.
지난 해 10월 첫 방송을 시작했던 이 드라마는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을 적절히 섞어 예상치 못한 전개로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명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을 더해내 호평을 받았다. 50회의 긴 드라마였지만 종영이 아쉬울 정도라는 평도 적지 않았다. 이에 연출을 맡아 현장을 진두지휘했던 신경수 PD를 만나 길었던 촬영의 소회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 오랫동안 준비를 했고 또 6개월이 넘게 촬영을 했는데 드라마를 끝낸 소감이 어떠한가.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고, 참여한 배우분들, 작가님들께 감사드린다. 이 분들을 행복하고 기쁘게 만들어 드려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 연출자로서 본 육룡 배우들은 어땠나.
"개성이 강했다. 적재적소에 캐스팅이 잘 된 것 같다. 김명민 배우는 전체적인 얼개를 확실하게 끌고 가줬고 유아인 배우도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깊이와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줬다. 자칫 잘못하면 '미화한다', '너무나 치기 어리다'고 보일 수 있는데 항상 설득력 있는 이방원을 만들었다. 신세경 배우는 저와 세 번째 작품인데 역시나 변함없이 깊이 있고 단아하고 정확한 연기로 대본에 있는 맛을 그대로 잘 살려준 것 같다. 변요한 배우는 첫 작품이었는데 깊이 있는 작품 해석과 자기만의 것을 뽑아내는 능력들, 몸사리지 않는 열정이 있었다. 윤균상 배우는 무휼이라는 캐릭터와 일치하는 낙천적인 성격을 가졌다. 혼자 49회에 용이 됐는데 긴 인고의 기간 동안 한번도 찌푸리지 않고 현장 스태프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줬다. 그래서 감사하다. 그리고 연장자이자 선배이신 천호진 배우도 카리스마 있고 묵직한 이성계를 보여줬다. 그간 보지 못했던 에너지였던 것 같다."
- 작가님들이 일부러 이방원을 미화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그간의 작품과 다른 이방원을 그린 것에 대해 유아인과 따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한 부분이 있었나.
"유아인 배우와 얘기를 많이 나누지 않았다. 초반에 한번 중요한 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 외에는 거의 없었다. 제가 봤을 때 유아인은 이 작품 안에서 그냥 이방원이었다. 탁월하게 해석을 해왔기 때문이다. 제가 그렸던 이방원과 거의 100% 일치했다."
- 이방원이 설득력과 공감을 얻다 보니 반대 지점에 있는 정도전이나 정몽주가 악인으로 느껴지는 경향도 없지는 않았다. 그런 점에 있어서 아쉬움이 남지는 않나.
"이방원이 중심이 되어 역사가 흘러갔고, 드라마 역시 그렇게 그려졌다. 지금껏 이방원에 대한 드라마가 몇 편 있었다. 그 때마다 시대에 맞게끔 이방원을 그리고 인기도 얻었다. 그 속에서의 이방원은 영웅주의적인 관점에서 그려지거나 반대로 악인이었다. 그래서 작가님들과 이 두 가지는 피해가자고 얘기를 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유아인 배우가 연기를 정말 잘해서 설득력 있게 그려진 것은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반대 지점의 인물인 정몽주나 정도전의 캐릭터적인 성격에 있어서는 걱정과 고민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이 작품을 하면서 이방원이 이랬을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 그 시대에는 칼을 들고 바로 죽일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이방원도 살아남기 위해 걸어간 길이다. 정도전과 정몽주도 마찬가지다. 이건 어느 누구도 선과 악으로 나눠 말할 수 없는 생존의 문제다. 이전까지는 이방원을 영웅주의적으로 그리거나 쿠테타를 일으킨 반역자 이미지로만 접근을 했었는데, 살아야 하는 입장으로 접근을 하면 달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구세대인 정도전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을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소명으로도 바라볼 수 있다. 구세대에 대한 젊은 세대의 극복 과정으로 볼 수도 있지 않나. 이 두 가지 지점에서 이방원을 바라보긴 했다. 하지만 작가님이 말씀하신대로 미화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싫었다. 그래서 그가 살인을 할 때는 더 잔혹한 느낌을 주기 위해 으깨지는 효과음도 더 많이 넣었다. 영웅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 사실 칼 난도질이나 철퇴로 때려 죽이는 장면 등 잔인하다 싶은 장면이 많기도 했다.
"분명 아이들이나 어머니들이 보시기엔 잔인한 부분이 있었는데 칼 들고 다니는 것이 멋있는 것이 아니라 피가 흐르고 고통이 있으며 죽기도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드라마나 영화 속 액션은 시각적인 즐거움, 쾌감에 머무르고 말 때가 마는데 그러지 않고 싶어서 더 잔인하게 그린 것도 있다. 이번 기회를 빌어 사죄를 하고 싶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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