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의 강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높은 완성도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 역시 끝까지 퀄리티를 유지시켜준 SBS에 감사의 인사를 전할 정도. 특히 무협 영화를 보는 듯한 액션 장면은 눈을 뗄 수 없는 영상미를 보여줬는데 연출을 맡은 신경수 PD는 이 모든 것이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 힘겨운 촬영 일정에도 불구하고 높은 완성도를 유지했는데, 그 중에서도 압권은 역시 무술 장면이지 않았나 싶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믿음인 것 같다. 이번에 저와 작업을 했던 강형묵 액션 감독님은 액션 스쿨에 계신 분인데 '쓰리데이즈'를 할 때 잠깐 뵈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이렇게 같이 작업을 하게 됐다. 초반에 여러차례 콘티 회의를 하고 준비를 했고, 또 첫 촬영 하는 것을 보니 '아,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100%의 신뢰를 드렸다. 또 거기에 맡게끔 잘해주신 것 같다. 두 번째는 무술 감독과 촬영 감독의 호흡이 정말 잘 맞아서 없는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버리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잘 맞았던 것 같다. 세 번째는 무술을 담당했던 변요한, 윤균상, 한예리 세 명의 배우가 너무나 열심히 준비를 했고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를 했다. 점점 액션의 질이 높아지더니 마지막에는 액션 배우 못지 않은 몸놀림과 순발력으로 연기를 해주더라. 이 덕분에 좋은 장면이 많들어졌던 것 같다."
- 물론 이 이유도 있겠지만, 현장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연출자의 몫도 컸지 않았겠나.
"실력이 좋으신 분들도 연출과 합이 안 맞으면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할 때가 많다. 만약 그랬다면 제가 나섰을텐데 이번 같은 경우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확실하다.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100% 신뢰를 했다. 혹시 빠지는 것이 있으면 더 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거들 뿐이었다. 정말 파트너를 잘 만난 것 같다."
- 완성도도 높고 연기도 다 좋았는데 시청률은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물론 아쉽다. 시청률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저희 드라마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볼 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새로운 드라마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섯 명의 주인공을 팔로우하는 것이 쉬운 건 아니었다. 작가님, 배우들 모두 그랬고 시청자 입장에서도 어떤 인물을 따라가야 하나 고민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저는 '육룡이 나르샤'가 투 트랙 드라마라고 본다. 사극의 시간에서 흘러가는 인물들의 변화가 있고, 가상의 인물이 보여주는 시간이 있다. 이 두 가지를 작가님들이 절묘하게 얽히고설키게 만들긴 했지만 기존 정통 사극을 보셨던 분들에게는 가상의 인물들 이야기가 불편했을 것 같고, 판타지 사극에 익숙한 분들은 다 알고 있는 사극 이야기를 또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 이 외에 또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긴 호흡의 드라마다 보니 속상하고 힘빠지는 경우도 있는데 연출이니까 그런 내색 안 하고 팀을 이끌고 가야하는 지점이 있더라. 극복을 해나가는 일이 힘들었다. 그리고 가장 컸던 것은 기대만큼의 시청률이 나오지 않았을 때다. 하지만 굳건하게 작가님이 갈 길을 갔고, 거기에 맞춰 스태프와 배우들이 잘 따라갔기에 50부를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 도화전 전투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긴 촬영이었고 또 추위도 심했다고 들었다.
"3일 반 정도 촬영을 했다. 변요한 윤균상 민성욱 배우는 액션이 많으니까 근육통이 왔었다. 또 연희(정유미 분)와 방지(변요한 분)는 드라마 전반부의 유년시절을 정리하는 중요한 회차라 감정적으로 쉽지 않은 촬영이었다."
- 그렇다면 가장 뿌듯했던 장면은?
"2회의 장평문 엔딩 촬영을 할 때다. 대본을 네 권 받았을 때부터 장평문 장면은 잘 찍고 싶었다. 언제 이런 신을 찍을까 하는 생각이었고 원하는대로 찍었던 것 같다. 이 장면이 가장 규모가 크기도 했다."
- 이방원과 분이의 로맨스도 상당히 좋았고 화제가 됐다. 특히 두 사람이 눈싸움을 하는 장면이 인상깊었는데 촬영은 어떻게 진행이 됐나.
"일주일 동안 눈이 온다는 일기 예보가 없었다. 그래서 스키장엘 가야 하나 했다. 그런데 눈이 전국도 아니고 전북 무주에만 왔다. 정말 선물처럼, 또 기적처럼 눈이 쌓였다. 그래서 무주에 가서 촬영을 했는데 마법 같았고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그 때 다들 너무나 재미있게 촬영을 했다. 아인, 세경 씨도 어린 아이처럼 즐거워 했다."
-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정말 고맙다. 이만큼 열정적으로 사랑해준 분들이 많은 것에 감사하다. 육룡들이 끝에는 싸우고 헤어지긴 했지만, 처음엔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꿈과 이상을 품고 만났다. 그런 마음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더 밝고 건강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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