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은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철혈 군주 이방원의 인간적인 고뇌를 다루며 이방원 연기의 새 역사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무려 50부작을 이끌었던 그는 풍부한 감정 표현과 연기 고민이 느껴지는 열연으로 시청자들에게 전율을 안겼다. 이 드라마는 방영 내내 시청률 1위를 지키며 큰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인기에는 ‘아인시대’라는 수식어가 전혀 과장스럽지 않은 유아인의 열연이 큰 힘이 됐다.
유아인은 2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드라마 종영 소감과 이방원으로 살았던 6개월의 시간을 털어놨다. 그는 이방원에 대해 “악인은 아니다”라면서 자신이 고민했던 이방원에 대해 상세하게 밝혔다. 또한 입대에 대해서도 절차에 따라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육룡이 나르샤’ 이방원은 기존 이방원과 달랐다.
이방원의 내면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내면을 보여준다고 해서 미화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름답게 비치고 싶다기보다는 어떤 심경이었을까 어떤 흐름 속에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적어도 유아인이 ‘육룡이 나르샤’에서 연기하는 이방원을 통해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선택들에 놓였을까, 추측들을 하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조금씩 발견했다. 이방원은 악인은 아닌 것 같다.
-연달아 작품이 성공했다. 소감이 어떤가.
동시에 많은 작품이 보이게 돼서 그리고 사랑받게 돼서 부담스럽기도 했다. 작년에 좋은 평가를 받아서 기분 좋았다. 개인적으로 큰 성취감을 가질 수 있었다. 배우로서 꿈꿨던 시간이었는데 그만큼 숙제도 생긴 것 같다. ‘사도’와 ‘베테랑’, ‘육룡이 나르샤’로 이어지는 흐름이 선이 굵다 보니 센 캐릭터만 좋아하는 것 아니냐고 오해를 하는데 아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밀회’ 캐릭터다.
-기존 이방원과 어떻게 다르게 표현하려고 했나.
작가님이 지금까지 보인 이방원과 다른 각도로 다뤘다. 그 글에 따라서 나도 다르게 연기하려고 했다. 냉혈하고 강인한 면모와 반대되는 연약한 면을 포착하려고 했다. 그 누구도 연약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방원의 다른 이면이 있듯이 이면에 연약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적인 면모가 충분히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짜 센 사람은 조용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이면에 틀림 없이 연약함이 감추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영규의 죽음이 어떤 의미였을까.
조영규는 자신의 사람으로서 모든 면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영규가 죽게 되면서 방원이 세상으로부터 타인으로부터 안식을 취할 사람은 없어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난세에서 인간적으로 믿고 따랐던 사람이다. 그래서 뭉클하게 연기했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신 중에 하나다.
-이방원을 연기할 때 혼란스러웠다고 했는데 어떤 점에 혼란스러웠나.
어느 일터든 불합리함이 있다. 근데 드라마는 그 불합리함이 길다. 힘들었다. 그리고 작품적으로 사람들에게 이방원을 어떻게 전달할까 혼란스러웠다. 조금만 나아가면 미화라고 하고 역사왜곡이라고 하더라. 그만큼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많아서 조심스럽게 다뤄야 했다. 지난 해부터 연기한 인물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이방원이다.
물리적인 시간으로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인물이다. 이방원을 연기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가졌다. 작품을 찍으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어서 소중한 시간이었다. 내가 연기한 인물 중에 가장 입체적이었다. 입체적이어야 힘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보다 매력적이고 힘이 있는 인물이 있을 수 있지만 다양한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입체적인 인물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쉴 것 같다. 제주도로 여행을 가려고 하고 있다.
-유아인은 어떤 사람인가.
한명의 크레이터라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창조하고 작품을 완성하는데 이바지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포착한 사람과 세상을 재창조하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옷이 될 수 있고 그림이 될 수 있고 다양한 과정을 통해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에 배우가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접근했을 때 배우라는 일을 진정성 있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하나의 창조적인 일이기 때문에 이방원과 ‘베테랑’ 조태오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 행보가 어떻게 되나.
쉬는 동안 작품을 하지 않을 것 같다. 기다리는 게 있다.(웃음) 군대에 대해서는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서 할 것 같다. 내가 뭘 하겠느냐. 시키는대로 해야 한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진 것이 없다.
-‘태양의 후예’ 송중기가 열풍이다.
얼마 전에 아시안필름어워즈 다녀왔는데 10개 질문 중에 8개가 ‘태양의 후예’ 관련 질문이다. 질투났고 부럽기도 했다. 친한 누나와 형의 일이라 기분이 좋다. 우리는 18% 찍는데 어려웠는데 여긴 한방에 30% 하는구나 싶더라.
-유아인을 지탱하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나.
자신감이 없다. 자신감이 있어서 표현한 것은 아니다. 지금도 계속 떨지 않느냐. 미묘하게 떨고 있다. 남들 시선에 따라 행동하게 되는데 나는 별나게 보일 수밖에 없다. 내가 하는 일이 멋있는 척 해야 하는 순간도 많지만 어떻게 창조적으로 접근할까 고민한다. 연기와 대중 예술가의 본질이다. 본질에 충실할 뿐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에 입대를 하게 됐는데 아쉽지 않나.
안 화려하고 초라한 시기에 가는 것보단 조금 나은 것 같다. 아직 정확한 시기가 결정된 게 아니어서 덤덤하게 가려고 하고 있다. 나이 30에 국방의 의무를 하는 게 부끄럽지만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했고 달려오다보니 군대를 늦게 가게 됐다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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