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던 사람이 찡그리면 더 무섭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의 선재, 김강우가 빠르게 흑화되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끌어냈다. 드라마 초반부터 주인공 지원(이진욱 분)을 향한 열등감이 상당했던 그는 결국 사랑했던 친구의 가족을 철저하게 무너뜨리며 악인의 면모를 제대로 보였다.
지난 23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극본 문희정 연출 한희 김성욱)에서는 지원(이진욱 분)의 아버지 재완(정동환 분)을 죽이고, 친구 지원을 살인자로 몬 것도 모자라 그의 여동생 지수(임세미 분)의 죽음을 방치하는 선재(김강우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선재는 은도(전국환 분)와 손잡고 재완 일가를 풍비박산 내버렸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 지원이 가진 것들을 부러워하며 열등감 속에 살아가던 그는 자신의 부정을 재완이 그냥 넘어가주지 않자 그를 죽였고, 이후 은도의 계략을 따라 친구 지원까지 살인범으로 몰았다.
하루아침에 아버지를 잃고 오빠까지 살인범으로 몰리자, 지수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어린시절부터 자신의 옆에 있어준 마리(유인영 분)와 선재 뿐이었다. 그러나 순진한 지수가 예상하지 못했던 한 가지가 있었다면 선재의 변심이었다.
지수는 우연히 선재의 방에 갔다가 그의 비밀을 알게 됐다. 은도와 통화를 하던 선재는 재완의 죽음에 자신이 개입된 사실을 입밖으로 내뱉은 것. 지수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선재를 피해 뒷걸음질을 쳤고, 그대로 2층에서 추락했다. 깜짝 놀란 선재는 지수의 시체를 몰래 처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시체는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수의 행방이 묘연해졌지만 선재는 선우그룹을 차지하려는 자신의 목표에 충실하게 행동했다. 지수가 써 놓은 지분 위임장을 통해 선우그룹의 이사로 올라섰고, 재완과 지원, 지수의 집에서 주인인양 행세했다. 그는 지수가 자신에게 위임장을 주고 상해의 친구집으로 휴가를 떠난 것처럼 꾸며냈다.
이 과정에서 선재가 보여준 변화의 폭은 컸다. 집안의 충실한 친구에서 무서운 배신자로, 한순간에 얼굴을 바꾸는 모습은 악랄했다. 특히 좋아하는 마리 앞에서 지원을 걱정하는 양 오열하는 모습은 점점 더 농도를 더해가는 악행의 단면을 보여줬다.
선재의 '흑화'는 조태오나 연민정 같은 소시오패스형 악인들의 그것과는 또 다르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조태오나 연민정이 타고난 이기심과 타협의 여지없는 악행으로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았다면, '굿바이 미스터 블랙' 속 선재는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겉잡을 수 없는 악행의 블랙홀로 빠져들어가는 인간의 연약함을 그린다.
이를 연기한 김강우의 연기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연기하는 선재는 악인임에도 불구, 어딘지 모르게 연민을 자극하는 구석을 갖고 있다. 선한 얼굴로 살아왔던 자신의 변화에 당황하면서도 물 만난 고기처럼 악행을 저지르는 본능적인 모습이 관전포인트.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연기력을 뽐냈던 김강우는 이번에는 악역으로 '인생 연기'를 보여줄 작정인 듯하다. /eujenej@osen.co.kr
[사진] '굿바이 미스터 블랙'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