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경규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착한 예능에서도 강하다. 이번에는 오지마을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제공한다는 콘셉트. 이경규표 착한 예능은 웃음도 주지만 동시에 감동도 선사한다. 특히 ‘예림이네 만물트럭’에서는 함께 출연 중인 가수 유재환의 눈물도 볼 수 있었다.
유재환은 지난 23일 오후 방송된 OtvN ‘예림이네 만물트럭’을 통해 심곡리 마을의 이순희 할머니를 만났다. 이순희 할머니는 홀로 살고 있다. 할아버지는 먼저 세상을 뜨셨다. 유난히 넓은 집이 눈에 띄었다. 유재환도 어찌 이렇게 집이 넓으냐고 물어본 것을 봐서는 홀로 남겨진 할머니의 쓸쓸함이 더 배가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86년 인생, 대체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을까. 그 세월의 깊이는 차마 헤아릴 수 없었다. 최근 6개월 동안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이순희 할머니. 달력을 공책으로 만들었고 벌써 한 박스가 넘게 연습한 종이가 쌓여있었다. 배움에 대한 열정은 감동을 선사했다.
여기서 발견된 할머니의 시는 눈시울마저 붉히게 했다. ‘내 손에 잡은 것 많아서 손이 아픕니다’, ‘어느 날 갑자기 덩그러니 혼자 있지 않겠죠?’, ‘나는 사막을 걸어도 꽃길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 내가 힘들고 지칠 때 내 이야기를 조금만 들어주세요’ 등의 구절이 눈에 띄었다.
평소 유재환은 어떤 어르신들을 만나도 싹싹한 모습을 보였다. 예의 바르면서도 밝은 에너지가 넘쳐 어른들에게는 예쁨 받을 타입이었다. 이순희 할머니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한글을 배운다는 할머니의 말에 “할머니 세종대왕이시다”며 센스 있는 리액션을 보였다.
그랬던 유재환이 눈물을 흘렸다. 첫 구절이 속상하다는 것. 삶의 애환이 느껴지는 구절이었다. 그러면서 덧붙인 “(저는) 한참 공부해야 할 것 같다”는 유재환의 말에서 눈물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다.
여행 프로그램의 포맷을 하고 있지만 단순한 여행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경제 프로그램도 아니었다. 장사의 이윤보다는 할머니들과의 소통을 중요시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해적단 할매들’이 와서 세기의 흥정을 요구해도 함께 ‘놀이’처럼 맞아줬던 것이다. 이순희 할머니의 사연은 조금 더 진중한 방식으로 접근한 것뿐이다.
이처럼 ‘예림이네 만물트럭’은 단순히 웃기 위해 시청했더라도 시청자들에게 적지 않은 울림을 주고 있다. / besodam@osen.co.kr
[사진] '예림이네 만물트럭'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