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의 열연은 물론 돋보인다. 소재도 나쁘지 않다. 대진운이 나빴다는 반응이 있을 정도로 마니아 시청자들도 있다. 하지만 분면 과도한 코믹 설정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SBS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극본 노혜영, 연출 신윤섭)는 꽤 재치도 녹아 있는 작품이다. 코믹과 감동을 모두 줄 수 있는 소재를 택했고, 배우 정지훈과 김수로, 김인권, 오연서, 이민정, 이하늬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도 있다. 판타지까지 더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한 작품이다.
좋은 조건을 갖췄지만 KBS 2TV '태양의 후예'를 만나면서 꽤 아픈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경쟁작이 워낙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다보니 '돌아와요 아저씨'에 대한 관심을 붙들기 어렵다. 연일 배우들의 열연을 칭찬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지만, '태양의 후예'가 워낙 막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에 좋은 반응들 역시 묻힐 때가 있어 아쉬운 작품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지난 23일 오후 방송된 '돌아와요 아저씨' 9회에서는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물론 휴먼 판타지 코믹 드라마를 내세웠지만, 과도한 코믹 설정은 오히려 흐름을 끊어버렸다. 배우들의 장난스러운 연기만 추가 됐을 뿐 감동도, 사실 큰 웃음도 없었다. 에필로그에서 보여준 정지훈의 무인도 탈출기나 오연서의 고군분투로도 충분했을 내용인데, 과도하게 코믹함을 추가하면서 오히려 반감을 사는 모양새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해준(정지훈 분)이 신다혜(이민정 분)의 집에 들어가 동거를 시작하면서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가까워지는 에피소드가 그려졌다. 해준은 다혜에게 그동안 못해줬던 것을 다 해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홍난(오연서 분)가 이들을 도와주게 됐다.
해당 에피소드에서는 송이연(이하늬 분)의 아들 영찬과 다혜의 딸 김한나(이레 분)가 친분을 쌓던 중, 김영수(김인권 분)의 컴퓨터에서 이른바 '직박구리' 폴더를 발견하는 장면이 있었다. '직박구리' 폴더의 의미를 알았던 해준과 홍난은 아이들을 급히 막았고, 대신 폴더를 지우려는 해준과 공유하자는 홍잔의 귀여운 실랑이가 있었다. 남자인 한기탁(김수로 분)이 여자인 홍난의 몸으로 역송체험을 하게 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는 에피소드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해도 이번엔 너무 과했다. 해준과 다혜를 보면 이제 막 설레려던 참인데, 보기 민망할 정도로 재미없는 코믹신 하나가 가로 막았다.
또 홍난이 이연에게 해준과 다혜의 관계, 한집에 살게 된 것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두 사람의 상상으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장면이 삽입됐는데, 이 역시 작품 전개에 효과적인 장치였는지는 의문이다. 시청자들도 부담을 느꼈을법한 설정이다.
'돌아와요 아저씨'는 로맨스와 가족애, 감동, 코믹을 담은 작품이다. 영수와 다혜의 가족 이야기가, 해준과 다혜의 러브라인이, 홍난과 이연의 관계가 그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다. 배우들의 망가지는 열연까지 더해지면서 재미를 볼만도 하다. 그러나 이처럼 몇몇 과도한 설정이나 흐름을 끊는 코믹 설정을 무지막지하게 삽입하는 것은 시청률 상승에도, 쫀쫀한 이야기 전개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seon@osen.co.kr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