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른 히어로 무비이지만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트랜스포머' 생각이 나는 건 왜일까.
지난 23일 전야 개봉으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배트맨 대 슈퍼맨'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너무 집착, 오히려 영화의 전체적인 톤이 유치해지고 마는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제목처럼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을 다룬 작품. DC 코믹스를 대표하는 두 히어로들의 대결은 영화 팬들을 흥분시키기 충분했지만 우려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유는 두 히어로의 능력 차이 때문.
슈퍼맨은 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히어로이지만 배트맨은 그저 인간에 불과하다.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 수도 없고 초능력을 쓸 수 도 없다. 믿을 건 최첨단 수트와 배트모빌, 무기들 정도. 때문에 배트맨이 슈퍼맨에게 싸움을 건다는 설정은 무리일 수도 있다는 팬들의 우려가 나온 바 있다.
그렇기에 '배트맨 대 슈퍼맨' 메가폰을 잡은 잭 스나이더 감독은 두 히어로 싸움의 명분을 만드는 것에 집착했다. 왜 둘이 싸울 수 밖에 없었는지, 이를 위해 잭 스나이더 감독이 사용한 건 '정의'이다.
배트맨은 정의를 위해, 슈퍼맨을 제거하려고 하며 슈퍼맨 역시 어떤 것이 정의인가를 끊임없이 고뇌한다. 그리고 그 고뇌의 결론은 '선한 인간이 아직 이 세상에 많다'는 것.
갑작스럽고도 뜬금없는 이 결론은 마치 '트랜스포머'를 떠올리게 만든다. '트랜스포머'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단점으로 지적받는 건 다소 유치한 스토리. 디셉티콘을 물리치고 "아직 인간은 선하다"라고 말하는 로봇들의 모습이 이번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떠오른다는 건 '배트맨 대 슈퍼맨'의 전체적인 톤이 유치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물론 '배트맨 대 슈퍼맨'이 앞으로 있을 DC 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를 위한 포석이라는 점에서 이와 같은 결론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마치 어벤져스처럼 DC 코믹스 히어로들을 한데 뭉치게 하려면 인간들과 세상을 지켜내야 하는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배트맨 대 슈퍼맨'을 기다려온 팬들에겐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조금 더 스토리가 탄탄했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 trio88@osen.co.kr
[사진] '배트맨 대 슈퍼맨'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