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아마6단, 개그는 프로 9단이다. 개그맨 엄용수의 작렬하는 입담에 작가들도 기립박수를 쳤다. 진행을 맡은 박명수도 연신 감탄사를 뱉어냈다. 방송 38년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엄용수가 ‘라디오쇼’를 압도했다.
엄용수는 24일 방송된 KBS COOL 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직업의 섬세한 세계’에 바둑 기사 겸 개그맨으로 출연한 그는 특유의 안정적이면서도 끊임없는 입담으로 프로그램을 흥미롭게 꾸몄다.
자기소개부터 빵빵 터졌다. 엄용수는 “올해 방송생활 38년 째 됐다. 그만둘 때가 훨씬 지났다. 요즘에는 데뷔하면서 은퇴하더라. 하도 빨리 변한다. 얼마 못 버티고 세대교체가 되는데 저는 운이 좋았다. 채널이 2개 밖에 없을 때여서 시청률이 좋았는데, 그 시절 데뷔한 게 축복이다. 요즘 같은 때면 1년도 못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이장히 독특하고 긴 자기소개를 늘어놓았는데, 빵 터지는 웃음에 작가들까지 기립박수를 쳤다.
이어 그는 “키가 작고 눈이 나쁘고, 가발을 쓰고 여러 가지 핸디캡이 많다. 그래서 소개할 때 독특하게 했다. 이래야 사람들이 기억을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한달 수입을 밝히면서도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한달에 얼마를 버느냐”는 박명수의 질문에 “엄씨라 그런지 엄청나게 번다. 얼마나 버냐면 보통 평균 노동자의 5배 정도 될 거 같다. 버는 건 많이 버는데 저축을 못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고 빌려주다보니까.. 저한테 돈 빌려가신 분들은 꼭 은퇴를 한다 그래서 방법이 없다”며 “그래도 여태껏 돈 빌리면서 산적은 없다”고 덧붙여 웃음을 샀다.
바둑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때는 사뭇 진지했다. 그는 “기계(알파고)는 17만판의 자료를 입력을 시켜놓았다. 이세돌 선수는 게임이 안 된다. 17만 판의 게임을 인지한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이길 수가 없다. 저도 응원하고 이세돌 선수가 이기길 바랐다. 아직 인간이 이길 것이라고 봤지만 컴퓨터는 우리가 잠자는 사이에 진화하고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인공지능과 인간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 아니고 공생의 시작이 됐다. 서로 공리공생하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코미디언 협회의 회장이기도 한 그는 마지막으로 “코미디언들이 은퇴를 하고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될 수 있도록 복지에 힘쓰고 있다”며 애정과 책임감을 드러내기도.
한편 '박명수의 라디오쇼'는 매주 월~일요일 오전 11시에 방송된다. / joonaman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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