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달수 주연의 영화 '대배우'에는 설강식이라는 캐릭터가 나온다. 우리나라 국민배우 세 사람(설경구, 송강호, 최민식)의 이름을 합쳐 탄생한 이 캐릭터는 20년 째 무명배우인 장성필(오달수 분)과 대조되는 '대배우'의 카리스마로 극에 재미를 더한다.
영화에서 '설강식'이라는 이름을 만들 정도로,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은 남다른 이름값, 존재감을 자랑하는 충무로의 '국민배우' 트로이카다. 근래 김윤석, 황정민, 이병헌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위협적인 기세로 치고 올라와 자신들만의 입지를 다진 게 사실. 그래도 여전히 '국민 배우'라는 타이틀은 한국 영화의 흥왕기를 앞장서 이끌어온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에게 걸맞은 수식어다.
지난해 이 국민배우들은 각각의 야심작들을 들고 관객들을 찾았다. 설경구는 여진구와 함께 한국전쟁 배경 휴먼드라마 '서부전선'으로, 송강호는 대세 유아인과 함께 '사도'로, 최민식은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의 최후를 그린 '대호'로 이들의 차기작을 기다려 온 관객들 앞에 섰다.
비록 '서부전선'이나 '대호'는 흥행 성적이 기대했던 만큼에 미치지 못했지만 배우들의 연기에서만큼은 이견없는 호평일색이었다. '사도'의 경우에도 '베테랑'의 악역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었던 유아인이 상대적으로 많이 회자됐지만, 기존 영조와 차별화되는 새로운 영조를 탄생시킨 송강호의 명연기가 없었다면 600만 관객을 넘는 흥행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2015년을 훌쩍 떠나보낸 트로이카는 2016년 상반기,조용히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의 2016년 출연작들은 모두 각 배급사에서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들. 그만큼 작품성으로도, 흥행 면에서도 국민배우들의 명예를 드높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설경구는 올해 두 편의 영화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원신연 감독 쇼박스 배급)과 '루시드 드림'(김준성 감독 NEW 배급)이 두 작품. '살인자의 기억법'은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설경구는 이 작품에서 은퇴한 연쇄살인범 역을 맡았다. 더불어 '루시드 드림'은 자각몽을 소재로 한 판타지 스릴러로, 이 영화에서 설경구는 잃어버린 아들을 돕는 엘리트 경찰 방섭으로 분한다.
'변호인'으로 2014년 천만 배우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의 '밀정'으로 다시 한 번 천만 영화를 노릴 예정이다. '밀정'은 1930년대 항일 독립군들의 활약과 음모, 배신을 다룬 작품으로 지난해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최동훈 감독의 '암살'과 비교되고 있다. '밀정'은 올 여름 개봉을 준비중이다.
최민식은 올해 '특별시민'(박인제 감독)의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4월 크랭크인 예정인 이 영화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정치계의 이면을 다룬 작품으로 최민식 외에도 곽도원, 심은경, 류혜영 등이 출연한다. '명량', '대호' 등 묵직한 시대극에 연이어 출연했던 최민식이 현대극으로 돌아와 어떤 연기를 보여줄 지를 지켜보는 것이 관전포인트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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