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달수에겐 '관객 1억 배우', '명품 조연', '천만요정'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말만 들어도 그가 충무로에서 얼마나 대단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런 그가 이번엔 영화 '대배우'로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되어 돌아왔다. 늘 조연만 해왔던 그에게 부여된 주연 배우로서의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크기의 것이었다. 하지만 조연, 주연을 떠나 오달수는 이미 많은 대중들에게 '대배우'였다.
오달수는 지난 24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대담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오는 30일 개봉을 앞둔 영화 '대배우' 때문인데, 그간 TV 출연을 거의 하지 않던 오달수는 시종일관 긴장한 모습으로 진솔한 속내를 털어놨다.
'대배우'는 오달수의 첫 주연작이자 대배우를 꿈꾸는 20년차 무명배우 장성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오달수는 아동극 '플란다스의 개'의 파트라슈 역할 전문으로 20년째 대학로를 지키고 있는 장성필이 자신과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달수는 "이 영화가 제가 살아온 연극 무대와 유사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캐릭터를 입어야 하고 유리가면을 써야 하는데 너무 비슷하니까 자꾸만 제가 불쑥 불쑥 튀어나오더라"며 연기적인 딜레마가 있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이에 대해 손석희는 "더 자연스럽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오달수는 연기가 아닌 자신의 모습이 나오면 유리가면이 깨지기 때문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 인쇄소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부산 연희단거리패라는 극단에서 처음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던 오달수는 관객 1명을 두고 배우 10명이서 공연을 하기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경험은 연극 배우로 무명 시절을 꽤 오랫동안 보낸 배우들이라면 한 번쯤은 가지고 있을 일이었다. 오달수 역시 이를 회상하며 허허 웃긴 했지만, 그 때의 좌절감이나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크기의 것일테다.
그리고 이는 현재 '관객 1억 배우', '천만요정'이라 불리는 상황에서도 자신을 다잡고 더욱 겸손하게 연기에 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곤 한다. 오달수는 주연 부담감에 없던 두통까지 생겼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연기 외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많아 상당히 힘들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연도 해본 사람이 하는거다. 제가 해보니까 조연이 훨씬 편했다.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일이 제 체질에는 맞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생애 첫 주연 배우가 됐지만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처럼 늘 진솔하면서도 겸손하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도 그간 거쳐온 배우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일테다. 영화 '괴물'에서 괴물의 소리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다양한 작품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연기해왔던 오달수. 분명 그에게 주연이라는 왕관은 무겁고 부담되는 것이겠지만, 대중들에게 오달수라는 이름 세 글자는 '믿고 보는 대배우'임에 틀림이 없다. /parkjy@osen.co.kr
[사진] '뉴스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