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특전사 유시진을 연기하는 송중기는 총을 들고 떼거지로 위협하는 ‘못된 놈’들을 일망타진한다. 총알이 빗발쳐도 한 방도 맞지 않을 정도로 외계인 못지않은 순발력을 갖고 있고, 적어도 2층은 넘는 건물에서 뛰어내려도 멀쩡히, 심지어 멋있게 걸을 수 있는 남자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슈퍼맨 같은 유시진 대위에게 푹 빠져 한바탕 비현실적인 로맨스에 설레고 있다. 시청자들도 안다. 그런데 멋진 것을 어떻게 하겠느냐. 이성보다 감성이 먼저다.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매회 말도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어쩔 도리가 없게 만들고 있다. 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는 가상의 땅 우르크는 지진이 발생했고 이제 전염병까지 창궐하고 있다.
홍역은 물론이고 악역인 진영수(조재윤 분)는 에볼라보다는 약하지만 치명적인 바이러스라는 M3 바이러스를 몰고다니며 군의관인 윤명주(김지원 분)에게 퍼뜨렸다. 명주만 목숨이 위험한 게 아니다. 유시진(송중기 분)의 옛 동료는 갱단이 돼서 강모연(송혜교 분)을 위협하더니만 11회 예고에는 납치까지 하는 모습이 담겼다. 모연은 만날 총을 맞을 위기에 놓이고, 시진은 그런 무시무시한 상황에서도 농담을 던지는 놀라운 ‘멘탈’의 소유자다. 그래서 멋있다. 총을 들고 떼로 덤벼도 시진은 모연을 구할 테고, 지뢰밭에 떨어져도 침착하게 지뢰를 피해가며 도망칠 테다.
심지어 모연 역시 이제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시진이 구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생명의 존엄성을 외치며 평화를 위해 사람을 죽이는 명을 수행한다는 시진을 물리쳤던 모연은 악의 축인 갱단의 수장이 죽어가는 것을 방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한 자동차로 위기에 놓인 시진을 구하는 ‘깡’이 생겼고, 웬만한 목숨 위협에도 시진과의 사랑을 이어갈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부드럽고 유쾌한 농담을 할 수 있는 남자 시진은 그야말로 멋있는 남자의 끝판왕이다. 슈퍼맨처럼 날아다니거나 스파이더맨처럼 거미줄을 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합리적이고 건강한 사고 방식과 잘생긴 외모,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와 조국을 지키는 힘을 갖고 있다.
그래서 비현실적으로 멋있고, 비현실적으로 강한 시진이지만 이 허무맹랑한 슈퍼맨에게는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시청자들 역시 이 드라마의 강한 허점을 알고 있지만 김은숙 작가가 펼쳐놓는 극한 판타지에 흥미로운 상상을 하고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면 어떻고, 유치하면 어떠랴. 마음 먹고 시작하면 흠 잡을 이야기가 한가득하다. 그리고 비약을 일삼아 위험천만한 세계관으로 연결지을 수 있지만, 이 같은 삐딱한 시선에도 고단한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드라마가 ‘태양의 후예’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 jmpyo@osen.co.kr
[사진]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