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생명이 오고가는 심각한 갈등이 펼쳐지는데, 곳곳에서 웃음이 터진다. ‘태양의 후예’ 김은숙 작가는 로맨틱 코미디의 귀재답게 강약조절에 탁월한데 주인공 4명의 사랑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무려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로 그리고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가 쏟아지지만 갑갑하지 않고 곳곳에 설렘과 웃음 장치가 튀어나오고 있다.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전쟁의 아픔이 있는 가상의 땅 우르크를 배경으로 군인과 의사의 사랑을 다룬다. 두 사람의 사랑의 걸림돌은 흔한 집안의 반대나 삼각관계가 아니다. 세계 평화를 깨부수는 그야말로 현실 악당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지진이라는 대재난도 있고 머리에 총구가 향하는 일은 다반사다. 그 속에서 빛나는 인류애와 사랑, 이 재난 블록버스터 휴먼 드라마가 다루는 이야기다.
여기에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흥행 릴레이를 보이고 있는 김은숙 작가의 장기가 발현되고 있다. 유시진(송중기 분)과 강모연(송혜교 분), 서대영(진구 분)과 윤명주(김지원 분)가 흔한 밀고 당기기 없이 서로의 사랑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표현하는 애정 행각들이 유치하면서도 부러움을 유발하고 있는 중이다.
총을 들고 자신을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갱단 앞에서도 농담을 하던 시진은 모연과 정식으로 사귀기 전에 만난 스튜어디스와의 소개팅이 들킨 후 진땀을 뺐다. 여기에 대영까지도 명주 몰래 소개팅을 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후 두 남자는 모연과 명주의 일갈에 제대로 반항도 못하고 쩔쩔 매는 모습을 보였다. 그야말로 갱단보다 무서운 여자친구들이다.
지난 24일 방송된 10회의 이야기였는데 이날은 명주가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로 인해 목숨이 위태롭게 되고 모연 역시 납치되는 예고가 공개돼 긴박감이 넘쳤다. 이 가운데서도 네 남녀가 한 곳에서 소개팅으로 실없는 농담과 질책을 주고받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영화 ‘봄날은 간다’를 통해 유명해진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대사가 시진의 입에서 튀어나왔고 두 사람은 실제로 라면만 먹어대며 김은숙다운 유쾌한 웃음 장치가 펼쳐졌다.
비단 10회 뿐만 아니라 ‘태양의 후예’는 돌려가는 법 없는 직진 로맨스가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요인이다. 시진은 모연에게 당최 몇 번이나 고백을 했는지 몰라 ‘고백 로봇’이라고 불리고 있고,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한 후에도 “이미 반했다”라는 설레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내고 있다.
재난 구호 현장에서 세상을 떠난 작업 반장을 떠올리며 눈물을 쏟은 모연. 모연은 멈출 수 없는 울음에 “어디 으슥한 곳 없느냐?”라고 시진에게 물었고, 시진은 “보통 남자들이 하는 말이다. 최선을 다해 으슥해볼까요?”라고 농담하며 남녀의 바뀐 상황을 재치있게 표현해 모연의 눈물을 멈추게 했다. 김은숙 작가가 빚어내는 인물들은 하나 같이 유쾌한 농담과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드는데 선수인데 이번 ‘태양의 후예’에서는 극한의 상황이 매번 벌어지다보니 이 같은 농담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재난 휴먼 블록버스터라는 장르가 김은숙 작가의 재치로 로맨스를 극대화하는 장기를 더욱 강력한 무기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이 드라마는 신드롬을 야기하고 있다. 시청률은 40%를 향해 돌진하고 있고, 음원차트는 이 드라마의 수록곡으로 도배돼 있다. 중국에서 동시 방영 중인데 유료회원 급증, 무료회원들의 폭발적인 조회수 상승으로 새로운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