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가 대한민국 여심을 싹쓸이할 분위기다. 어딜가도 송중기요, 무슨 말을 꺼내도 기승전·'태양의 후예'·송중기다. 도대체 이 드라마를 보지 않고서는 당최 입을 열기가 두려워질 지경에 이르렀다.
그도 그럴것이 김은숙 작가가 그려낸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유시진(송중기 분)의 하나 하나가 매력투성이인 캐릭터다. 물론 그 역할을 송중기가 했으니 살아난 것은 사실이다.
송중기라는 외피를 걷어내도, '태양의 후예' 유시진은 여태껏 봐왔던 여느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들과 확연한 차이점을 긋는다. 단순한 재벌 2세가 아닌 것도 그렇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본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도 탁월하다. 분초를 다투는 위급한 순간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사랑스러운 농담을 던지거나, 와인보다 취할 것 같은 키스, 불만을 잊게 만드는 입막음 키스, 예상한 타이밍을 빗나가 외모 칭찬은 상대를 결국 웃세 한다. 아니, 어느 누가 누가 사랑에 빠질 수 있지 않겠나.
다행히 유시진은 남자들의 (필연적인) 질투를 사곤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호감인 요소도 분명하다. 일단 송중기라는 존재가 그렇다. 송중기는 22사단 수색대대 출신 예비역으로 여느 남자 연예인들이 입대 시기만 오면 알 수 없는 질환에 시달려 병역을 기피하는 것과 달리 기특한(?) 구석이 있다. 혹여라도 동일한 캐릭터를 병역에 문제라도 있던 남배우가 했다면 이만큼의 신드롬을 만들어 낼 수 없었을 건 분명하다.
주구장창 신데렐라만 반복 양산하던 드라마 스토리와 달리 여의사에 미모도 출중하고, 신념까지 뚜렷한 '강모연'이라는 존재가 그 상대라는 것도 호감의 요소다. 이는 TV가 늘 여성 시청자에게 재벌 2세의 환상을 심어줬던 것과 달리, 남성 시청자에게도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효했다.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이 '아, 진짜 군대는 저렇지 않은데'라며 으쓱할 여지도 제공해주고, 군인으로 등장하는 유시진에 스스로를 대입시키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상상이지만) 일도 생겨나니 말이다.
역시 그렇지만, 상상은 상상일 뿐이고, 송중기는 송중기다. 최근 온라인에는 '태양의 후예' 본방에 대비하는 남편들의 행동 강령까지 등장해, 수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자아내며 남성들의 서러움을 부추기고 있다. 결국 송중기가 중요하니 방해하지 말라는 게 요다. '남편보다 송중기'인 순간이다.
남편보다 나은 송중기가 나오는 '태양의 후예'는 종영까지 3주가 남았다. 누구에게는 아쉽고, 누구에게는 기쁠지도 모를, 최종 16회가 방영되면, 이제 다시 곁에는 남편이나 남친만 덩그러니 남는다. 대신 그때까지는 아내의, 여친의 송중기 감상의 기쁨을 쉬이 방해하지 말자. / gato@osen.co.kr
[사진] KBS 제공.